몇일전 오후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중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손님이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다름아닌 4년전 울산으로 이사를 간 여성 북한이탈주민이었다.
그동안 전화로 몇 번 통화는 하였으나 사무실로 찾아와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로 갑자기 사무실까지 찾아와 무슨일이 있어서 찾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면서 혹시 우리지역에 살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무슨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으나 몇일간 시간이 있어 친정집에 들렸다가 4년전 자신을 담당했던 내가 생각이 나서 인사차 왔다는 것이다.
4년전 내국인과 결혼하면서 울산에 내려가 생활하다가 최근 헤어지고 혼자생활하고 있으나 중기관련 4개의 면허를 취득하여 현재 울산에서 회사에 다니며 상당한 액수의 월급을 받고 있어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고 하면서 그동안 울산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던 중 우리지역에 살면서 그동안 다단계 건강식품 판매회사에 다니면서 정착금을 탕진한 70대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면서 “탈북 노인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유를 묻자 “탈북 노인들은 한국에 들어와도 고령의 노인들이 일할 만한 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집주변에 노인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부모님이 다단계식 건강식품 판매회사에 다니면서 정착금 및 기초생활 수급비 등을 모두 탕진하면서 이를 만류하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사이가 나빠져 그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그동안 어머니가 병원에 몇일간 입원했는데도 병문안도 가지 않고 지냈으나 최근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경우 다단계 회사 등에 나가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생활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았으나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이제는 만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파트 단지내 노인정 등에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탈북 노인들이 아파트 단지내 노인정 등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에 나가면 탈북 노인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북한에서의 생활 등에 대하여 집중 질문하는 등으로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대하여 탈북 노인들이 노인정 등에 나가는 것을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북한이탈주민 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탈북 노인들이 다단계 회사 등에 빠져 정착금 등 많은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이를 만류하고 다단계 회사에 나가지 못하게 설득하고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를 예방 및 해결하려고 하였으나 그보다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다수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을 하면서도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다단계 회사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특이 다단계 회사에 나가는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은 세상물정이 어두운 고령의 북한이탈주민들로 우리사회에 정착하는데 우선 경제적인 기반이 없고, 집주변에 마음 놓고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며 여가를 보낼만한 공간이 없으며, 아직도 탈북인들에 대하여 동포가 아닌 외국인처럼 호기심으로 대하는 우리사회의 편견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탈북노인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안 된다” 는 탈북인 여성의 말이 왠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북한이탈주민들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다단계 회사 등에 빠지도록 한 원인이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을 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탈북 노인들이 노후를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사회적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그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말고 그냥 편안한 우리 이웃처럼 대하는 배려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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