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090622 (웹)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6-21 14: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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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신 보 영
입시(入試) 스트레스

매일 아침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같은 길을 운전하다 보면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쉽게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철길 건널목에 요란하게 자리하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은 잠에서 덜 깬 운전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직감적으로 사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지역 뉴스는 지난밤 상황을 대충 짐작하게 해준다.

10대의 한 고교생이 자신의 몸을 철길에 던져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만 것이다.

지난 이틀간 벌써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사실 이곳에서의 자살사고는 그 동안 여러 차례나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계속 증가 하고 있는 추세다.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성문제? 외모에 관한 불만? 이혼한 부모 때문에 갖게 되는 정체성의 결여? 여러 가지의 문제들이 원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모두 학과성적 또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국내의 십대들에 비하면 천국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는 계속 이어지는 학생들의 자살 사고로 인해 학부모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학교는 전국2만이 넘는 공립 고등학교 중 랭킹 76위의 명문인데, 높은 SAT 점수는 물론 많은 졸업생들이 최고의 대학에 입학 하는, 훌륭한 학교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부모들이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 하고, 자연히 주변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다른 지역의 부모들로부터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는, 그야 말로 한국의 강남이나 분당 같은 곳이라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 역시 한몫을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이 상위권을 모두 휩쓸고 있고 한국 학부모들의 입김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입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입시 스트레스가 이곳에도 있다니, 또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죽음을 생각하고 선택한다는 소식은 그저 놀랍고 안타깝기만 하다.

하긴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이라는 기록과 함께 자살공화국? 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극단적인 방법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가슴 아픈 일들이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남은 이들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스로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할 때의 심정을 어찌 쉽게 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작은 사고의 전환이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 올 수 있고, 생과 삶의 문제가 결코 본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아야 하겠다.

잠시 동안의 충동을 환기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충동을 예방 할 수 있는 가치관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본인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은 주변인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살 예방을 위한 구조적인 사회의 인식이 보다 더욱 요구 되어야 하겠다.

청소년에게 지식교육뿐만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해서 올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건강한 정신세계를 이룰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성장 통을 인위적으로 피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부작용만큼은 줄여야겠다.

교육은 백 년을 보고 계획한다 하지 않았던가.

혹 100여 년이 지난 미래에도 여전히 같은 입시문제나 공부 스트레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으로 남게 될 것이다.

청소년의 시기를 심리학자인 Stanly Hall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더 이상 꽃다운 그들이 좌절하거나 극단적인 현실도피를 하지 않도록 방관하지 말고, 기성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우리도 모두 그 거센 폭풍과 미친 듯한 파도를 거쳐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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