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090626 (지면)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6-25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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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정세인식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 조성되고 있는 북미와 남북의 중첩된 대결 국면은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북폭 준비 상황 이후 최고조의 한반도 위기이다. 북미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결을 지속할 때 한국 정부가 싸움을 말리기보다 싸움을 부추긴다면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명박 정부는 북미간 갈등 상황을 완화하고 해소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원칙적 입장과 단호함을 강조하면서 대북 제재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강경 일변도의 입장은 더 이상 핵문제가 대화와 협상으로 풀기 어렵다는 비관적 정세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바, 잇따른 북한의 강경조치가 더 이상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닌 체제수호용으로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후계체제 정립을 위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목표로 외부 위기 조성과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북한 내부요인론과 후계요인론에 입각해 지금의 정세를 판단할 경우 그 논리의 귀결은 6자회담 무용론과 협상 무용론이다. 즉 북한 스스로 내부의 필요에 의해 저지르는 일인 만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그러나 내부요인론을 전제한 북핵 협상 무용론은 결국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는 무대책의 결정적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모든 원인을 북한 내부 탓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위기고조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는 이른바 ‘북한 때리기’(North Korea bashing)는 지금의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지만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해법이나 적극적 노력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무대책의 역설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선호하고 있는 대북 제재와 압박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악화에 기여할 뿐이다. 북한 내인론에 입각해 한반도 위기 상황의 책임을 북에 전가하고 협상무용론의 정당성을 설파하기보다는 현실적 해법이 가능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정세인식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의 강경조치는 내부적 요인이 주가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와 통 큰 포괄적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대미 압박용임을 전제로 북미 협상이 재개되도록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북한 때리기’라는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렵고 더디지만 올바르고 정확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여전히 남북관계 복원과 진전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완화하고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남북관계는 북미간 대결상황에서 한반도 긴장고조를 막아내고 완충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북미 대결이 남북 대결을 심화시키고 다시 남북 대결이 북미 대결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남북관계는 북미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접점을 찾을 수 있게 하는 필요조건이 된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북미에게 한국은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을 이해시키면서 타협 가능한 창조적 안을 내올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유지되어야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독자적 대북 채널이 확보되고 그래야만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한국의 개입력이 생기게 된다.
북핵실험 이후 한반도 위기 고조를 해소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바로 남북관계의 복원인 바,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과도한 신념우선의 입장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 국가와 협상하지 않겠다며 악행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 증대라는 참담한 실패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북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큰 소리만 요란했지 실지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금강산 관광 피격 사건에 북이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하나도 없다. 개성공단 직원 억류 사건에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는커녕 신병확인조차 확인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말뿐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6.15와 10.4 선언의 이행을 선언하는 것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한반도 위기고조를 막아내고 대결을 협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첫 출발점은 바로 남북관계의 시급한 복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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