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090707 (웹)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7-06 15:55: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최재천 전 국회의원
도대체 이 나라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법을 전공하고 법으로 먹고 살지만, 같은 법을 두고도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특히 이 정부의 핵심 성원들과 생각이 다른지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문제인지, 그 사람들이 문제인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보안법일 것이고, 미디어법일 것이고, 역시나 현재의 현안인 비정규직법 등입니다.

현 집권 세력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친이념적인 법은 철저히 법과 질서를 이야기하며 준수를 강제하고 또 강요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행동에 불편한 법은 그 법이 잘못됐다며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불순세력이고, 반개혁세력이고, 반경제세력이고, 반부자세력이라고 몰아부칩니다.

탁월한 이중성입니다.

그래서 법에도 이 정부의 법이 있고, 있으나마나한 법이 있고, 이 정부에게 불편한 법이 있고, 도저히 이 정부가 참을 수 없는 법이 있고, 이런 식의 구분이 가능한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이제 슈퍼슈퍼마켓(SSM)을 만들어 골목골목까지 파고듭니다.

자영업자들은 괴롭습니다. 대통령의 민심탐방 때도 이 문제가 최고의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규제해 봤자 헌법재판 가면 정부가 진다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요.

누구를 위한 헌법이고, 누구를 위한 경제법이지요.

세계무역기구는 내?외국의 차별만을 금지합니다.

독일, 이태리, 프랑스, 일본 등도 생활환경과 각종 근로조건과 도시계획과 지역개발 차원에서 각기의 근거와 합법적 논리를 가지고 규제합니다.

그 규제는 오로지 공민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고, 국가 전체의 공화를 위한 합헌적 규제입니다.

그래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도 합헌적 규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각종 경제규제에 대해선 이를 족쇄로 보고 무조건 자유주의적 경제사조의 입장에서 위헌판결을 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재벌과 대기업과 그 소유주의 이득을 위한 상법 개정 등 일종의 경제적 보호장치는 규제가 아니라 도리어 국가 경제 차원의 합헌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최근 정부는 ‘포이즌 필’제도를 도입하여 오너들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시장의 진입과 퇴출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기업의 매매 또한 지극히 자유로워야 합니다.

이것이 본래적 의미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저와는 다른 경제를 지향해 온 현 집권 세력이 더욱 강력하게 추구해온 원칙입니다.

대기업과 오너들을 위한 경영권 보호에는 철저히 동의하고, 소기업과 소상인들을 위한 영업권 보장에는 철저히 반대하겠다는 것이 우리 헌법입니까.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놓은 헌법이고, 그렇게 해석하겠다는 것이 헌법재판소고, 역시나 그 해석론에 따르겠다는 것이 현재의 집권세력입니까.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헌법이 문제입니까.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현재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문제 아닐까요.

참으로 고통스러운 헌법해석입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 때다 싶어 비정규직들을 내쫓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못한 이상, 정부의 바램과 여당의 입장과는 상반되게 유예장치가 국회에서 새롭게 입법되지 못한 이상 그 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동의를 얻을 수 있겠지요.

어떤 때는 앞장서서 법을 지키라하고, 어떤 때는 정부 스스로 이 법에 대해 저항하고, 이런 식이라면 국민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법과 질서를 지켜나갈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정부와 일부 언론과 특히 공기업들은 비정규직법의 위험성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강행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이상 해고가 금지되는 데도 도리어 해고를 통한 문제해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합법이 아니라 불법을 선택합니다.

해고를 강요합니다.

오로지 비정규직 기간 유예라는 친기업적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정도 불법쯤은 장려하자는 겁니다.

헌법의 위기입니다.

법의 위기입니다.

생존의 위기입니다.

민생의 위기입니다.

인권의 위기입니다.

사람다움의 위기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의 위기라는 말 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무릇 법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던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성에 봉사하는 수단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거나 부자유스럽게 해서는 안됩니다.

가장 인간을 자유롭고 인간되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법만이 법으로서의 근거를 보유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법과 정책들은 지극히 반인간적이요, 반헌법적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유진 김유진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