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라는 이름에 먹칠한 MB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7-07 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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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기부라면, 차라리 안하는 게 백번 나았을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331억원을 사회에 기부해서 청소년 장학사업과 복지사업에 쓰이도록 할 예정이라고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것을 지켜본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실제 7일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이 대통령의 ‘감동 없는 기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천객주’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mb의 기부가 순수하지 못하고 계산에 능숙한 장사치가 권력을 탐한 모습으로 비춰졌다”며 “시끄러운 재산헌납으로, 이 땅의 수많은 기부천사들의 선행에 오점을 남기는 기부는 다시 한 번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꼬집었다.

‘장자방’은 “MB는 어제 자기 재산 331억원을 기부한다고 발표 했다.

그러나 전혀 감동이 와 닿지 않는다.

감흥도 없다.

무덤덤한 표현이 솔직한 반응이다.

MB의 재산 기부는 위에 거론한 할머니들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이루어 진 것도 아니고, 어느 국민이 그 재산을 내 놓아 라고 처음부터 다그친 사람도 없었다”면서 “오직 본인이 지난 대선 기간중 당선을 위한 선거전 방책의 일환으로 스스로 발표한 일이다.

스스로 발표한 사안을 지지율이 한참이나 하락한 지금에 와서야 내 놓게 된 것이다.

그러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산을 헌납 한다는 약속을 지켰구나 하기에 앞서, "워 따매 재산도 무쟈게 많기도 해라" 라는 시각을 가진 국민들도 적잖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기부를 ‘꼼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내생각’은 “재단을 만들어서 이사장에 측근 허수아비를 앉혀놓고 수렴청정을 하다가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슬며시 이사장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면 mb는 증여세나 상속세 한 푼 안내고 전 재산을 아들한테 넘기는 효과가 있는 거 몰라서 그래?”라며 “이게 사기가 아니고 뭐냐”고 질책했다.

또 그는 “재산의혹 등 불미스런 일로 사퇴했던 박미석 전 수석, 모교지원금 논란으로 낙마했던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뿐만 아니라 이명박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이사진으로 참여를 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무슨 뜻일까?”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물론 이 대통령의 기부를 지지하는 글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글은 추천보다 반대가 도 많았다.

실제 ‘정병기’는 “국민과 약속 지킨 대통령의 재산헌납 본이 되고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정문’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했으나,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면 네티즌들은 왜,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를 이처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실 기부라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다. 믿을만한 공신력 있는 재단에 가서 간단하게 약정서만 작성하면 된다.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기부하는 데 장장 1년 반이라도 시간이 걸렸다.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을까?

뭔가 수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기부를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그 재산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는지, 그 점을 치밀하게 연구하느라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실제 이 대통령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질 청계재단의 임원진들을 보니, 대부분은 이명박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들을 구성한 게 아닌가하고 착각이 들 정도다.

우선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특수관계자' 로 참여했고, 고향 친구인 김창대 씨가 감사로 돼 있다.

또 고려대 동창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김도연 전 교육부장관은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기부는 ‘찝찝한 기부’가 될 수밖에 없고, ‘기부’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먹칠을 한 셈이다.

오죽하면 한 네티즌이 “기부라는 이름을 빙자한 국민기만”이라며 “역시 이명박스럽다”고 혀를 내둘렀겠는가.

그래도 안한 것보다는 낫다고 칭찬해 줘야 할지 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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