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방거사 이재오, ‘울컥’하지 마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7-13 14: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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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방거사가 돼 하릴없이 당 외곽에서 ‘빙빙’돌던 이재오 전 의원이 끝내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해 울컥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는 분풀이 대상을 잘못 골랐다.

실제 이 전 의원은 1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이제 삼세판이 남은 거”라며 일전불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나와 박 전 대표 관계는 '일대일'이라고 한다. 경선 때는 내가 반대캠프를 지휘해 박 전 대표가 졌고, 그전에 내가 당(黨)대표에 출마했을 때 박 전 대표가 강재섭을 밀어 다 이긴 판을 엎어버렸다.

그때 중립만 지켰다면 내가 당대표가 됐고 오늘의 분열이 없었을 것이다. 서로 주고받은 것이 일대일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승승장구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조차 그의 존재를 그리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따라서 그로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진 지난 18대 총선에서 그는 군소정당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맞붙어 보기 좋게 낙선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그는 한국에 발붙일 곳이 없어 외국을 떠도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저런 눈치를 보다 가까스로 100일 전에 귀국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는 하릴없는 백수다.

그런데 이 전 의원은 자신의 처지가 이토록 비참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 탓’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으니,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 탓이 아니다.

그것은 이 전 의원을 향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실제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와 박 전 대표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다만 국민들은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을 마치 대단한 ‘경제통’이라도 되는 냥, 국민들을 현혹시킨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한 ‘일등공신’들에게 거짓말 한 대가를 치르도록 한 것이다.

즉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불량품’을 마치 매우 질 좋은 ‘우량상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 시킨, 나쁜 외판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이재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분열의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돌리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남의 정당 문제에 대해 왈가불가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나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이-친박 갈등은 지난 총선에서 당을 거머쥔 친이 측이 친박 인사들에 대해 무자비하게 ‘대학살 공천’을 실시한 때문이었다.

물론 친박 대학살을 주도한 인사들 가운데서도 이 전 의원은 핵심이었다.

한마디로 당내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린 당사자라는 말이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은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 억울해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과응보(因果應報)’로 알고, 겸허히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게 옳다.

그래도 자신이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다시 설명해 줄 수도 있다.

첫째, 국민들을 현혹시켜, 역대 가장 무능하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도록 한 책임, 즉 역대 최악의 정권을 탄생시킨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둘째, 비록 남의 정당 문제이기는 하지만 ‘친박 대학살’ 공천을 주도해 한나라당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국민들로 하여금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끼게 한 책임 역시 크다. 이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표와 ‘삼세판’이라며 한 번 더 붙자는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혹시 그런 발언으로 자신을 박 전 대표와 동일 선상에 놓겠다는 뜻이라면 아서라.

수도권 지역의 한 지방언론사가 최근 한나라당 차기 대통령 후보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가 48.6%를 얻은 데 반해, 이재오 전 의원은 0.8%로 1%도 되지 않았다.

‘하늘과 땅 차이’ 이게 박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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