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친 박근혜) 중진 의원들이 최근 미디어법과 관련, 강력 대처를 요구하는 친이(親李,친 이명박)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는 등 적극적인 화해제스처를 쓰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언론은 ‘친이-친박 해빙무드’, 혹은 ‘훈풍 살랑살랑~’이라는 식의 낯간지러운 기사를 작성, 마치 당내 갈등이 끝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물론 친박 중진 의원 가운데 일부가 미디어법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요구를 따르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지난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은 한계에 이르렀다. 결단의 시기가 왔다”며 대야 전선에 힘을 보탰다.
심지어 김 의원은 “더 기다리면 정부 여당이 무능하다고 낙인찍힐 수 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강경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른바 ‘MB 쟁점법안’에 대해 국민동의를 요구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뜻 역시 친박 중진 의원들의 생각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친이 세력은 든든한 우군(友軍)이라도 얻은 것처럼 기세등등하다.
그렇다면, 정말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은 끝난 것인가?
친박이 이명박 대통령 뜻에 순응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국정 동반자가 될 수는 있는가?
미안한 말이지만 어림도 없다.
각종 정보보고에 따르면, ‘7월 개각설’은 단순한 ‘설’이 아니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개각 때 친이 강경파의 핵심인 이방호 전 의원이 중책을 맡게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또 이재오 전 의원과 맞붙어 승리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대법원 판결이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는 대대적인 국정보고회가 열릴 것이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이미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등 강경 친이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이재오-이방호 전 의원까지 가세할 경우, 박 전 대표는 국민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내 입지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심대평 자유선진당 ‘총리카드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실상 한나라당 친이 그룹과 자유선진당의 공조, 즉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선진당 총재 간의 ‘은밀한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박근혜 배제’ 선언이다.
실제 14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5당이 미디어법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유독 선진당만 빠졌다.
이미 친이 세력에 의해 접수된 한나라당과 선진당은 공조를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친박이 어떤 화합제스처를 쓰던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세력은 ‘박근혜 배제’ 방침을 결코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친박이 이 대통령에게 굴복하고, 그렇게 해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목된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게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가뜩이나 이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는 처지’라는 사실만으로도 박 전 대표가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나라당 대권후보가 된다면, 어찌될까?
그날로 끝장이다.
지금 국민의 정서는 한마디로 ‘반 MB’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급상승한 것도 이 같은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면 맞다.
박 전 대표 역시 한나라당 내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 MB’ 중심인물로 인식돼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는 국정운영 지지율 20% 대로 폭락한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는다?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친박은 이 대통령이나 친이 세력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게 맞다.
적어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박 전 대표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국민 가운데 절대다수가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있다. 아니, 보다 솔직한 표현을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 해 ‘반MB 비민주당’ 의 깃발을 들고 ‘근혜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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