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강행 반대...박근혜의 메시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7-15 16: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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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친이(親李,친 이명박) 세력에 의해 장악당한 한나라당은 이른바 ‘속도전’을 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어떻게든 강행처리 하려고 했었다.

국회 문광위원회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아예 그 시한을 13일로 못을 박았으며, 이에 당내 친박(親朴,친 박근혜)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꼴이 영 말이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강행처리 반대’, ‘합의 처리 찬성’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 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얼마든지 합리적인 안을 도출할 수 있다. 합의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행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꼭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즉 6월 국회에 처리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하거나 강행표결처리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여야 간에 합의를 도출해 낸 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미디어법에 대해 찬성하는 정당은 한나라당과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밀담을 가진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 뿐이다.

나머지 민주당,친박연대,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5개 정당은 모두 반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한나라당 2중대’격인 선진당이 서로 야합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국론분열은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말처럼 여야간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앞서 친박 중진의원은 지난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미디어법과 관련, 강행처리 방침을 굳힌 당 지도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실제 김무성 의원은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은 한계에 이르렀다. 결단의 시기가 왔다”며 강행처리 방침을 굳힌 당 지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심지어 김 의원은 “더 기다리면 정부 여당이 무능하다고 낙인찍힐 수 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강행처리를 독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 친박 중진의원들도 이에 가세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대로 ‘강행처리’에 힘을 실어주는 그들의 주장은 틀렸다.

필자가 지난 13일 칼럼을 통해 “친박 중진 의원들이 최근 미디어법과 관련, 강력 대처를 요구하는 친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는 등 적극적인 화해제스처를 쓰고 있다”며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른바 ‘MB 쟁점법안’에 대해 국민동의를 요구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뜻 역시 친박 중진 의원들의 생각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사실 여기에는 박 전 대표의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적당히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나 보다가, 그의 후계자로 지목되기보다는 치열한 당내 경쟁을 통해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즉 이 대통령에게 무조건 협력하기 보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라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이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한나라당 후보가 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반(反)MB 비(非)민주’의 깃발을 들고,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는 게 백번 낫다.

어쩌면, 이날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반대’입장 표명에는 그런 메시지가 함께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4일 휴대전화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조사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40%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인 유시민 전 장관은 16.7%로 그 격차는 매우 컸다.

또 3위 정동영 전 장관 9.7%, 4위 정몽준 의원 5.8%, 이회창 총재 5.6%,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4.9%, 김문수 경기도지사 3.1%, 오세훈 서울시장 2.1%로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주자들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이번 조사는 7월 14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30.1%이다.

그러면 당내 친박 중진 의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일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손을 잡는다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 하는데 박 전 대표가 동의한다면, 그래도 이런 지지율이 나올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이게 민심이다.

부디 당내 친박 의원들은 이런 민심을 바로 읽고, 박 전 대표가 던지는 메시지를 음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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