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부터 배우자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대만은 교통수단으로 조그마한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며,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한 때 한국 대만 싱가폴, 홍콩 등 아시아 4개 국가들이 욱일승천의 발전상으로 ‘아시아의 4룡’이라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세계은행이 ‘동아시아의 기적(East Asian Miracle)’이라는 제목으로 이들 4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성과와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는 물적·인적 자본의 축적, 안정적 거시정책, 적절한 정부 개입 정책의 성공을 4룡의 초고속 발전 원인으로 지목하는 한편 성장이 무작위로 분포한다고 가정하면 고도성장이 지역적으로 집중될 확률은 약 1만분의1 정도로 수년간 고성장한 개발도상국은 있었지만 수십 년간 고성장한 개발도상국들은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시 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높은 교육열과 병역의무 제도 등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추앙되며 4룡 중에서 특별히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상호방문과 교육프로그램 교환을 염두에 두고 대만의 용화대학을 자주 찾는 편이다.
대만을 갈 때마다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배워야 할 덕목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대만은 아시아의 대륙문화와 태평양의 해양문화가 서로 만나는 교차점, 중국 문화 , 그리고 서유럽의 영향을 깊이 받아왔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 사회의 전반적 측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판이한 대만만의 패턴이 있어 이채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으나)를 주도하는 동양적 사고방식과 가족 중심이 되는 생활양식, 여기에 신앙이 지배하는 국민들의 심성, 그리고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얽혀있는 모습 등은 우리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과연 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러움을 자극하는 대만 특유의 모습은 따로 있다.
그것은 우리보다 검소한 국민성, 친서민적인 정책을 펼치는 국가와 , 국가 전체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묶어내려는 정권의 노력, 그리고 국민 전체가 국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들이다.
또 까칠하게 날을 세우지 않고 둥글게 사는 지혜와 배우고 뭉치면 강하게 될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본연의 자기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점도 대만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대만의 이러한 모습들이 고작해야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의 면적 밖에 안되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중국본토와 50여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팽팽하게 맞서게 하는 저력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중국에서 대만이 분리 독립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해묵은 엄포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게 만든 것만으로도 대만은 자국의 저력을 입증한 셈이다.
아무리 중국이 국제사회 압력을 통해 대만을 왕따 시키려해도 스스로를 당당한 독립국가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대만의 노력이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중국은 그 막강한 힘을 가지고도 대만을 어쩌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그 체모를 깎인 지가 한참 됐음을 부인하지 못할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본토와 대만 사이에 활발한 협력 무드가 조성되는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타이페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 용산사(龍山寺)에는 밤 10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나 친대중적이고 서민 정책을 천작해 온 대만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제 시스템 자체가 재벌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빈부 간극의 원활한 조정 없이는 어느 정권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대만의 이같은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할 주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분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서로에 대한 반목이 적대적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면 엄청난 위기의식이 양산되는 것은 물론 국가적 정체성에서도 상당한 장애요인이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지난 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가 낭패를 당한 것은 물론 그로인한 과오를 자성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각 분야마다 경제를 어렵게 하는 각종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들떠있는 분위기를 보게 된다.
삼성이 2조 넘게, 엘지가 1조 넘게, 또 현대자동차가 7000억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고는 하나 엄밀히 말하면 우리 기술력의 쾌거라고 할 수 없다.
환차익과 국제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얻은 어부지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룬 진정한 성과가 아니라는 걱정 때문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건 지나친 과민반응일까?
잘 나갈 때일수록 더욱 단단히 다지고 대비해야 한다.
적극적인 사회 참여 없이 놀고 먹으면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으려는 의식을 가진 국민은 아무런 미래에 대한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뭔가 노력하려는 의지를 가진 국민이 키우고 있는 희망과 가능성의 싹을 자르는 정책을 펴는 위정자는 더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때 그 때 잘잘못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하고자하는 국민의 의욕을 꺾는 바보같은 국가의 반열에 서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대만의 덕목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피력한 이유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발로로 봐 주길 바란다.
대만의 재발견이 비록 작은 일이겠지만 의외로 큰 소득을 안기는 대박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8월 첫 날의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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