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명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8-02 17: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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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명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먼저 친박연대 대변인직을 스스로 사퇴한 전지명 씨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다.

그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비판 발언을 했다가 불과 4시간 만에 스스로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그는 지난 31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에 반하는 그런 판단을 하실 분이 아닌데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누군가 옆에서 판단을 흐리게 한 사람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디어법 통과 이후 박 전 대표 지지도가 떨어졌다. 원칙을 강조하던 모습에서 좀 달라진 것 같다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러자 친박연대가 발칵 뒤집혔다.

당의 공식적 대외 창구인 대변인이 마치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 박 전 대표가 잘못 처리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때문이다.

실제 파문이 확산되자 이규택 공동대표 등 친박연대 지도부는 전 대변인을 대동하고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진화에 나섰다.

이 공동대표는 "전 대변인의 발언은 당시 상황을 잘 모르고 얘기한 사견이고 친박연대 당론과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전 대변인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전 대변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대변인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박 전 대표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에 의해 그에 대한 비판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서릿발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럽다.

박 전 대표가 신(神)이 아닌 이상, 때에 따라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미디어법 결정과정 역시 그 같은 오류가 분명하게 있었다.

먼저 내용의 잘잘못은 논외로 하고, 그 처리 과정만을 살펴보자.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여당의 미디어법 처리강행 움직임에 대해 “본회의에 출석한다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직권상정 시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미디어법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불과 3일만에 입장을 180도 바꾸고 말았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22일 미디어법 표결 강행처리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수정안에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내용상으로만 보자면 박 전 대표의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15일 박 전 대표가 제시한 대안을 수정안에 상당부분 반영했고, 당시 민주당도 이에 대해 그다지 반발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수정안에는 박 전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한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내용이 다 들어있고 여론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와서 미디어법 내용을 전면 반대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다분히 당리당략적이이어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을 더욱 호되게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박 전 대표의 태도변화를 나무라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OIS가 지난 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와 관련,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실망스럽다’라는 의견이 60.3%였고 ‘특정 정당 소속 의원으로서 당론을 따른 것으로 이해가 간다’는 의견은 33.7%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1%였다.

윈지코리아컨설팅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일관성도 없고 명분도 없었다’는 비판 여론이 57.1%로 높게 나타났다.

왜 그럴까?

박 전 대표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국민들은 대체 왜 이처럼 그를 강하게 질책하는 것일까?

바로 대국민설득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전지명 대변인의 사퇴는 바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고육지책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마저 ‘소통부재’라는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이야말로 큰일 아니겠는가.

모쪼록 박 전 대표는 듣는 귀를 ‘활짝’ 열어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스스로 사퇴의 용단을 내린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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