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은 인권 후진국 되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8-04 16:00:4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제, 한국은 인권 후진국 되나 지난 2004년 이후 한국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인권위 등급에서 ‘A등급’을 유지해 왔었다.

당당하게 인권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최근 ICC에 "한국 정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국제적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인권위 등급을 현행 A에서 ‘B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라는 제안의 서한을 보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은 인권 선진국으로 자격이 미달되니, 그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런 국제적인 망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한국은 세계 120여개국이 가입 돼 있는 차기 ICC 의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국이었다.

대륙별 순환원칙에 따라 2010년부터 3년 임기의 차기 ICC의장국은 아ㆍ태지역에서 맡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웬만한 인물’을 후보로 내면 자동으로 의장이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는 그 동안 ICC 의장국 출마를 위해 별도의 테스크포스팀까지 꾸리고 열심히 준비해 왔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보장된 의장직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내 인권문제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부끄럽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인권 문제에 있어서 사실상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측근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문제였다.

즉 ‘웬만한 인물’만 후보로 내면 의장직이 될 수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웬만한 인물’에서 한참 자격 미달인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따라서 그가 의장직 후보로 나서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능성이 원래 없다면 모를까, 사실상 의장직이 보장되다시피 한 유력한 상황에서 떨어지게 되면 더 큰 망신을 당할 것 같아서 알아서 스스로 포기했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네르바 사건, 촛불 시위 과격 진압, 용산 참사 등 우리나라의 인권은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인터넷 검열과 언론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대한민국 인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인권위를 마치 불필요한 전봇대, 그래서 뽑아내 버려야할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이명박 정권은 인권위의 인력 50% 감축과 인권위 직제개정 등을 포함한 ‘인권위 축소’ 방침을 천명한 바 있고, 이에 따라 행안부는 인권위의 인력을 21.2 % 감축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지난 4월 통보한 후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인권위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물론 인권위는 구 민주당 정권에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는 무려 120여개의 국가가 가입돼 있다.

한국 정부만 인권위를 두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마치 인권위가 ‘좌파정권’의 유물이라도 되는 듯 홀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파 정권은 인권문제를 도외시해도 되는가.

아니다. 인간의 기본권은 오히려 우파 정권에서 더욱 보호되고 지켜져야 한다.

실제 자유 선진국일수록 인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은 곧 그 나라의 선진화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제, 잘못 선택된 대통령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인권은 선진국 수준인 ‘A 등급’에서 B급 국가로 강등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가치를 ‘B급’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자업자득이다.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인권 후진국이 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에 걸쳐 언급한 바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여러분들이 그를 선택했다.

그 대가로 우리가 ‘A급 우수국가의 국민’에서 ‘B급 열등국가의 국민’으로 전락했으니,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것인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