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시작이 어디이며? 끝이 또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이 지루한 말다툼의 연속은 아마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어떤 이는 계란은 닭이 나은 알이기 때문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질문의 답은 닭이 먼저이며. 닭은 알에서 태어나니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라는 질문의 답은 알이 먼저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물론 어느 누구의 말도 다 맞을 수 있다.
그때의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의 주장이 더욱 진리에 가까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의 원초적인 논쟁에 또다시 불이 붙고 있다.
진보 성향 오바마 집행부의 관심이 온통 건강보험, 에너지, 세금, 그리고 공공자금 지출 등에 쏠려있는 탓이다.
모두 민주당의 대표적인 선거전략 선전 이슈들이다.
이로 이해 미국은 지금 때아닌 색깔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말 잘하기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에 수많은 연설에서 자신은 파란색(민주당)의 아메리카나 빨간색(공화당)의 아메리카가 아닌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만을 생각한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념과 인종 그리고 계층간의 갈등을 초월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사회대통합을 예고하고 결국 자신을 무명정치인에서 일약스타 정치인,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다.
취임 직후 경선상대였던 힐러리 로담 클린턴의 국무장관 발탁은 사회통합에 대한 그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의 모습에서도 권위적이었던 과거 정치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편안한 모습으로, 좋은 이미지로서 굳혀가는 듯 했다. 특히 지난달 흑인 하버드대 교수와 그를 집 앞에서 체포한 경찰의 화해를 위해 주선한 백악관 맥주타임은 그의 넓은 포용력과 높은 이상으로 해석되며 전 세계인들을 탄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취임 후 두 번째 100일에 대한 평가로 모든 언론들이 떠들썩한 이때, 야심차게 내놓은 주요 정책들이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특히 자신의 임기 중에는 절대로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던 약속마저 건강보험 개혁으로 흔들리며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정책정향에 대한 논쟁은 임기 초에도 있었지만 세금을 올리지 않고서 어떻게 건강 보험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느냐? 가 지금의 주요 관건인 것이다.
이외에도 각종 공공정책에서 모두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 에 논란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결국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또다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재미있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의 50개 주중 진보 개혁의 대표격인 캘리포니아주는 사상 최악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부시 전 대통령의 보수주의로 대표되는 텍사스는 그 험한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여 실업률과 주택융자 파산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던 캘리포니아, 글로벌 워밍과 줄기세포 연구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지출을 늘려 관료들과 공공단체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던 캘리포니아는 이제 재정 재난지역으로 분류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 통계를 보면 실업률이 11%를 넘는 주가 모두 8개 인데 이중 7개 주가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지지 주였으며, 2010년 예상 재정적자 폭이 주GDP의 20%를 넘는 14개 주 중에서 2개 주를 제외한 12개 주가 모두 오바마 지지 주였다는 것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제외된 2개 주가 아이러니하게도 메케인의 아리조나와 페일린의 알래스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와츠네거는 주의 재건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TV 광고를 연일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와 인색한 공공정책 또는 공공 지출로 악평을 받았던 텍사스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공공정책의 특성상 그 성과를 단기간에 얻는다는 것이 힘들다.
또 때로는 성과여부 자체를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놓인 숫자를 통해 정책정향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 한다면 그것은 매우 우둔한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의 모든 논쟁이 무의미한 일만은 아니다.
난외한 질문의 옳은 답을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성장이냐? 분배냐?’와 같은 질문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에 옳은 답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상황에 어울리는 답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공권력이 투입되어 불에 타고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의 부활은 이제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듯 보여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아마 서로가 바라보는 타이밍에 시차가 있었던 것이리라 보인다.
갈등으로 빚어지는 국내 정치권의 어려운 문제들을 바라볼 때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어울리지 않는 색깔론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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