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로 벌어진 빈부격차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8-12 16: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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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지구촌을 강타한 경제위기가 아직도 그 꼬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부유층은 처음부터 그 사정권에서 벗어나 무풍지대에 사는 느낌이다.

서울 강남에 몰렸다던 외제 승용차가 지방도시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세계유명상표 매장으로 탈바꿈한 백화점은 대중품을 취급하는 대형매장과는 달리 판매가 늘고 있다.

부유층이 찾는 술집, 밥집, 골프장 등은 불황을 모른다.

이와 달리 빈곤층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진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동대문 운동장으로 옮겼으나 지난해 그곳이 헐리면서 다시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이전했다.

벼룩시장을 시설물로 집단화하면서 서울 시내에는 좌판시장이 한때 사라졌다.

그런데 금년 들어 주말이면 거리에 좌판을 펴고 잡동사니를 파는 행상들이 작년과는 달리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난다.

주말이면 동대문에서 신설동까지 인도변를 따라 좌판 행렬이 이어진다.

신당역에서 청계천을 잇는 거리, 동묘 일대, 신설동 풍물시장 주변에도 커다란 좌판시장이 형성된다.

더러 값깨나 나가는 물건도 있지만 주로 쓰다 버리거나 쓰다 남은 잡동사니를 판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그래도 하루 벌이를 하려고 여름날 뙤약볕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정부통계를 보더라도 절박한 삶이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음을 알만하다.

지난 6월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28만7,000명이나 줄었다.

일손을 돕는 가족까지 합치면 34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불황 탓도 크지만 유통재벌들이 기업형 슈퍼 마케트를 통해 골목상권을 침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 5월 임시직 8만9,000명, 일용직 13만8,000명 감소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4분기 대학졸업 실업자가 34만3,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만4,000명이 늘어났다. 그 중 20대가 17만9,000명, 30대가 9만7,000명, 40대가 5만1,000명이다.

30, 40대의 상당수는 구조조정에 밀려 퇴직했을 가능성이 크다.

20대는 기업들이 신규인력 채용을 기피하면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취업난으로 사실상 구직활동을 포기한 20대가 24만5,000명이나 되는데 이 또한 작년에 비해 5만5,0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그냥 두면 큰 문제가 없다.

기업의 능력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100만명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면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고 난리를 피워 고용시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고용안정에 힘써야할 공기업이 앞장섰다.

공기업 선진화 시책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한다며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해고한 것이다.

불황의 여파로 빈곤층의 삶이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지난 1/4분기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45만6,487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7만4328원이나 줄었다.

그 중 절반 가까운 20만원은 정부 등에서 나온 지원금인데 그나마 작년보다 3만7,097원이나 준 것이다. 일해서 번 돈은 고작 13만5,000원에 불과했다.

반면에 지출은 작년보다 10만1,109원이 감소했지만 126만6,478원이나 되어 심각한 적자를 나타냈다.

도시노동자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커진다.

지난 1/4분기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023만7,4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했다.

반면에 하위 10%의 소득은 95만9,338원으로 오히려 9.7%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작년의 9.32배에서 사상최대인 10.67배로 더욱 벌어졌다.

감세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자영업 폐업과 대량해고로 인해 가계가 무너진다.

법원의 개인파산 심사가 까다로워졌지만 올 들어 신청건수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다.

1월 7,928건, 2월 9,132건, 3월 1만892건 등으로 말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한 금융기관 개인채무조정도 급증세를 보인다.

3개월 이상 연체로 인한 신청이 지난 1/4분기 2만4,004건이나 된다.

이것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늘어난 것이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0.325로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출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갖는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줄였으니 올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듯하다.

입으로만 아무리 민생을 외쳐봤자 민심을 돌리지 못한다.

정책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세제의 역진성(逆進性)을 완화하는 쪽으로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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