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서 갈등과 분열의 상징인 '3김(金)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 DJ-YS-JP는 각각 호남, 영남,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매김해 왔고,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곧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로 인해 심화된 지역갈등이 결국 반쪽 대통령의 탄생과 호남당, 영남당의 체제를 존속시키는 핵심요인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로 퇴임 이후에도 활발하게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DJ는 이제 고인이 되고 말았고, YS는 요즘도 가끔씩 날 선 정치관련 발언을 터뜨리지만 이미 파괴력은 예전만 못하다.
또 영원한 2인자로 불리던 JP는 자민련의 침몰로 급속히 영향력이 떨어져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지 오래다.
따라서 이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감정은 3김시대 종식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우리나라 곳곳에 지역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남북으로 동강난 조그마한 땅덩어리가 또 다시 영호남으로 두 토막 나고 만 것이다.
이 같은 지역감정은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이념갈등을 부채질하게 되고, 국론을 분열시키게 된다.
이런 분열 상태로는 도저히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 같은 지역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그럴만한 추동력이 없다.
그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20~30%대로 추락한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24일 청와대에서 자체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4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발표했으나, ‘자체여론조사’인 까닭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물론 북측 조문단의 청와대 방문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런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어찌해야 하는가.
차기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도록 그 밑거름이 돼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24일 아침 KBS1라디오와 교통방송,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제2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상과 빈소도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화합과 통합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면, 말로만 그리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지금 각 언론을 통해 개각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신(新)내각은 여권 내 친이-친박 계파를 초월하고, 나아가 한나라당-민주당-선진당 등 정파까지 초월한 인사들로 거국적인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게 어떨까?
물론 여기에 이 대통령 스스로 한나라당 당적을 버리면 금상첨화다.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든, 그가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잘 열어갈 수 있도록 하자면 이 대통령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특히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통령 직할체제로 만들어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한나라당을 영구집권당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당장 버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화합과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꿈꾸고 있다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옳다.
국민들이 그런 ‘꼼수’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
다시 말하거니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해 더 이상 계파나 정파, 지역 간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차기 대통령은 동서화합을 이루고, 나아가 남북통일이라는 국민의 염원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부디 이명박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 용기 있는 희생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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