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13일 “사회통합을 위한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각계각층의 소통 활성화와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사회통합위원회 설치 규정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사회통합위는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세대와 성(性), 인종(다문화) 등에 따른 갈등 등 `6대 갈등'을 없애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사회통합과 관련한 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중장기 전략도 수립하게 된다.
위원회는 관계부처 장관을 포함한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등 50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어쩌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부,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국가인권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이고, 민간위원은 사회통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 중에서 위촉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사회통합위원회는 가히 정부 조직에 버금가는 맘모스급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대한 조직이 우리 주변에 만연한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에 나선다니 더 없이 반갑다.
하지만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조직만 거대할 뿐 별로 실속 있는 업무가 진행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위원회에 들어갈 민간위원들이 사회통합에 합당한 인물들로 올바르게 선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그들이 과연 장관급 정부위원들에게 제대로 목소리나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저는 그간 원로들과 종교지도자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왔습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경청’한 주 대상은 대부분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인사들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결국 사회통합 민간위원이라는 게 그들, 즉 뉴라이트 인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그들이 정부 측 위원들에게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인사들을 각종 정부 관련 단체나 기구로부터 몰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그 자리에는 노골적으로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우고 있다.
이렇듯 사회통합을 '반대파를 쫓아내고 모조리 내 편으로 채우는 것' 쯤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마인드에 비춰볼 때, 실제 그 조직이 사회통합을 위해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남을만한 업적을 수행할 것이란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羅)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말로는 사회통합을 외치면서도, 이것이 또 하나의 정치 조직이 되어 오히려 각종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정부 당국은 민간위원을 제대로 선정해야만 한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인 뉴라이트 인사들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들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빤한 이야기지만 사회통합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친박세력은 물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을 억압하거나 권력의 힘으로 굴복시키려 들어서는 안 된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말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회통합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친박인사나 야권인사들 중에서 민간위원들을 선정하는 게 옳다.
다시 말하지만 실천할 수 없는 구호는 아무리 그 내용이 거창하더라도 무의미한 것 아니겠는가.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진리에 대해 우리가 표할 수 있는 최대의 경의는 그것을 실천하는데 있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박 전 대표의 지적처럼 사회통합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리’라면,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민간위원 선정과정에 있다.
거듭 경고하거니와 그렇고 그런 뉴라이트 인사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해 주는 식의 인선이라면, 사회통합의 꿈은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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