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0월 재보선도 어렵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9-16 15: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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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한나라당이 과연 오는 10월 재보선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의 승리로 정몽준 체제에 대한 지도부 인책론이나 조기전대론을 한방에 잠재울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일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실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40%선을 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53.8%라는 믿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지난해 6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10% 후반 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상승세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이 대통령이 최근 중도 노선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도 성향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내정하는 등 그동안 고집하던 수구적 성향을 버린데 따른 일시적 효과이기 때문이다.

또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등 친 서민행보를 보이는데 따른 효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끝까지 중도노선을 지키지 못하거나, 친서민정책에 대한 내용이 부실할 경우 지지율은 급락 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오는 10월 까지는 ‘중도-친서민’이라는 ‘이명박 선언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고, 최소한 그 때까지는 지지율이 큰 폭으로 추락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제 10월 재보선도 한번 해볼 만한 선거가 됐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승리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역시 공천이 문제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 양산의 경우,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박희태 전 대표를 공천했다.

이와 관련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희태·김양수 예비후보가 거의 오차범위 내에서 큰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당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후보를 공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비록 오차범위내이지만 누가 승리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혹시 박 전 대표와 공천 경합을 김양수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쯤 되면 김 전 의원이 펄쩍 뛰면서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공심위의 이번 공천은 특정후보를 위한 토끼몰이식 공천 결과"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는 16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제가 1위를 했는데 2위를 한 후보를 공천한 것은 시민의 뜻을 정면으로 외면하는 오만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서 조사기관을 세 군데 선정해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여의도연구소와 한국 갤럽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자신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 김 후보의 주장이다.

결국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권을 거머쥔 사람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골랐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아니다. 경기 안산 상록을의 경우 김석훈 전 안산시의회 의장과 송진섭 전 안산시장, 이진동 당협위원장 등이 한나라당 공천 후보군으로 올랐는데, 최근 공심위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친박 송진섭 전 시장이 다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 ‘다면평가’라는 것을 통해 공천을 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결국 양산처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겠다는 속셈이다.

따라서 송 전 시장을 후보로 공천하지 않는한 경남 양산처럼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원 강릉의 경우는 어떤가?

여기는 ‘다면평가’가 아니라 여론조사로 공천을 줄 방침이라고 한다.

실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권성동 청와대 전 법무비서관과 심재엽 전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식적으로 강원도당 위원장을 지낸 심 전 의원이 당에 대한 공헌도가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여기서는 당 공헌도가 반영되는 다면평가를 배제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천 방식이 이렇게 지역에 따라 오락가락 해서는 안 된다. 전략지역이 아닌 모든 지역의 공천은 경선투표를 실시하든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게 맞다.

아무튼 잘 못된 공천 때문에 이번 10월 재보선 역시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로 인해 정몽준 체제 역시 조기전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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