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꿀 먹은 벙어리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9-22 16: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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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2일 국회에서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실망이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비록 한 때나마 여야 대권주자로 거론됐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실제 그의 능력이니, 소신이니, 정책이니, 나발이니 하는 것들은 다 재껴 두고라도 이 시각 현재 드러난 비리 의혹만 해도 무려 7개다.

민주당이 ‘6대 의혹’이라고 말하는 배우자 위장전입문제, 병역기피의혹, 다운계약서 의혹, 소득세 탈루의혹, 논문 중복게재 문제, 국가공무원법 상의 겸직금지위반 의혹 외에 1000만원 용돈 의혹까지 비리란 비리는 다 모아 놓은 것 같다.

오죽하면 민주당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에게 "없는 비리가 없는 비리 백화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붙여 주었겠는가.

그런데 가관인 것은 정 총리 후보를 옹호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해 할 수 없는 태도다.

실제 한나라당은 질의응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으로 정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해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정 후보 장인은 군 장성 출신이다. 그런데 정 후보가 병역면제를 받은 시기엔 병무청장 두 명이 정 후보자의 장인과 육사동기였다. 따라서 정 후보가 유학 중에 입영통지서가 발부되지 않은 것은 장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 후보가 ‘부선망 독자(아버지를 여읜 독자)’라는 점 때문에 보충역에 편입됐다고 하는데, 당시 보충역은 6개월만 복무하면 됐다. 그런데 그 6개월조차 근무하지 않고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는 병역을 필할 의지가 없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도 군 면제를 받은 상황에서 총리마저 군 면제자라면 유사시 어떻게 군대를 지휘할지 정말 걱정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분단국가인 만큼 총리가 반드시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논리라면 여자는 총리나 대통령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박했다.

과연 이게 합당한 반박인가?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정 후보는 서울대 교수 재직 당시 ‘예스24’라는 인터넷 관련 회사의 고문을 맡았다.

물론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혹은 파트타임이 아니다. 거액연봉의 정규직으로 등록해서 또박또박 봉급을 받았다. 실제는 그는 1억 이상의 고문료를 챙겼다. 서울대 총장의 결재도 받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더구나 그는 거액의 고문료를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누락시켜왔다.

어쩌면 공무원법 위반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 후보는 “고문은 서울대 총장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웃긴다. 일반적으로 겸직의 경우, 고정적인 수당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회의비나 여비 등 실비만 제공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정 후보는 자신이 서울대 총장 재임 시절 수십명의 교수로부터 겸직요청을 받고 그에 대해 심사하고, 최종 결론을 내렸던 사람이다.

다른 교수들에 대해서는 겸직을 해도 되는지 철저하게 심사를 하던 사람이 정작 본인에 대해서는 심사 없이 겸직을 하고 돈을 받았다는 데 어떻게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마저도 두둔하고 있다.

실제 나성린 의원은 "영리성이 약한 고문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상) 아무런 조항이 없다"고 정 후보자의 편을 들었다.

또 권경석 의원은 `예스24' 고문 겸직과 관련, "주어진 역할, 직책, 정기적 보수 등 세가지 요건이 맞아 떨어져야 직책겸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그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너무 엄격한 현재의 잣대로 지적하고 매도를 하면 안될 것"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정 후보가 서울대 총장 시절에 Y업체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용돈(?)으로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두둔과 해명, 배우자 위장전입에 대한 옹호발언 등등 그 수를 다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겠다.

참여정부 당시 전여옥 의원이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이헌재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별것 아니라고 치부한다면 청렴한 대다수 공무원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일 있다.

물론 당시 이 부총리 후보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의 정 총리 후보보다 훨씬 더 적었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총리와 장관들에 대해 도덕성의 눈높이를 낮췄는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그 정도만 되도 ‘괜찮은 도덕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도덕성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서로 각료를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아무나 채워 넣을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운찬, 당신은 총리 자격 없으니 스스로 물러나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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