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근혜였어!”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9-28 15: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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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정운찬 총리 후보는 요즘 속된 말로 쪽 팔리게 생겼다.

총리 인준안이 설사 도덕성이 희박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받아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갖가지 의혹들로 인해 ‘비리 백화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정 후보에 대해 25일 ‘위증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한 상태가 아닌가.

실제 정 후보자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는데도 무려 3억6000만원 정도의 돈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가령 월 100원을 봉급으로 받는 사람이 한 달에 150원을 썼다면, 그 사람의 돈은 50원만큼 줄어들어야 맞다.

그런데도 3억 6000만원이나 늘어났다면, 대체 어찌된 노릇인가. ‘스폰서 총장’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그가, 또 어디선가 은밀하게 스폰서를 받았거나, 아니면 소득을 줄여서 신고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만약 일반 공무원이나 국민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는 당장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총리 후보자는 높은 사람이니까 예외로 한다면, 일반 국민들이 과연 용납하겠는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22일 실시한 최근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5.5%가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답했으며 적합하다는 의견은 19.2%에 그쳤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44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여론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37%p다.

또 28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끝난 직후인 지난 26일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58.3%가 소득세 탈루 등 도덕성 문제를 들어 정 내정자의 총리직 수행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반면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다”라는 응답은 35.6%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6.1%였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응답률은 16.2%였다.

두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적어도 6명 정도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로 부적합하며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한 때 언론을 장식했던 ‘박근혜 대항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거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세금 탈루, 스폰서 총장, 병역기피,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논문, 아들 국적 문제 등등 정 후보의 비리 의혹들에 대해 “총리직을 수행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는가 하면,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너무나 정략적인 흠집내기”라고 말하고 있다.

글쎄,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니라면, 이 대통령이나 안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별거’라는 게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그들은 적어도 ‘살인죄’ 정도는 저질러야 ‘별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지어 안 원내대표는 “이제는 인사청문회 제도자체가 바뀌어야 되지 않느냐”며 제도 탓으로 돌리려 들고 있다.

마치 그런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정도의 흠집은 다 갖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진영이 치열하게 상대방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쳤지만, 박 후보에게는 이런 흠집들이 단 하나도 발견된 사실이 없었다.

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무려 ‘14개의 별’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깨끗한 사람 주변에는 깨끗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더러운 사람들에게는 더러운 인사들이 파리 떼처럼 꼬여들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사태가 초래됐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청문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인사, 그래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사가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는 그런 모습을 단 한번만이라도 꼭 보고 싶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그래야만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흠결 하나 보이지 않았던 박 전 대표를 생각하면서 ‘역시, 박근혜였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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