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박희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0-07 16: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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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보면서 두 사람 간 그릇의 크기가 다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거대한 정당의 대표를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한 사람은 자신을 경기도지사로 키워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등을 돌렸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도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 10월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를 보자.

그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종로에서 한나라당의 거물급 박진 의원과 맞붙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박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낸 거물로 성장해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원희룡 의원과 함께 차차기 대권주자로 꼽을 정도다. 더구나 그는 ‘종로 토박이’로 지역에 굳건한 지지기반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비록 손 전 대표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는 하나, 적어도 종로에서만큼은 박진 의원의 벽을 뛰어넘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종로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예상대로 대패하고 말았다.

만일 당시 그가 서울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에서 출마했다면,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당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번 10월 재보궐 때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그에게 수원장안 지역구에 출마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 때 못이기는 척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십중팔구 당선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의 요청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민주당 이찬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그의 당선을 위해 지금 수원 장안 지역을 샅샅이 누비고 다닌다.

물론 그도 인간인 이상 당장 금배지를 달고 싶은 유혹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는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에 대해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보다 더 멀리 날기 위해 지금 지친 날개를 손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떤가?

지난 17대 총선 당시 그는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에서 맞붙었다.

물론 당시 성주(城主)는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의원이었고, 열린우리당의 김두관 전 장관은 도전자였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양측이 막상막하였다.

실제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

마산MBC가 지역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희태 18.7%, 김두관 18.5%로 박 의원이 불과 0.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창원KBS가 남해·하동 주민 6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박희태 23.6%, 김두관 24%로 김 전 장관이 0.4%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내이긴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무응답층은 대부분 김 전 장관의 지지자일 가능성이 농후한 그런 상황이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박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그의 지원을 받아 그는 가까스로 당선됐을 있었다.

하지만 박희태 전 대표는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을 외면하고 ‘대세론’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명박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그의 당선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그런데도 그는 18대 총선에서 ‘자격미달’로 한나라당의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경남 양산에서 10월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자, 그 지역구에는 엄연히 김양수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 당 대표로서 공천을 신청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는 그 지역 당협위원장이 그 지역에 출마하는 게 옳다며 공천을 극구 사양한 손학규 전 대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손학규와 박희태의 선택, 향후 그 결과가 어찌 나올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무리하게 은평을 지역구 출마를 꿈꾸다 된서리를 맞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어느 부류에 속할까?

손학규 부류일까? 아니면 박희태 부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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