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곳에서 치러지는 10.28 재보궐선거에서 최소 3석, 많으면 5석 ‘싹쓸이’도 가능할 것이란 당초의 예상과 달리, 2대 3이나 1대 4로 대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강원도 강릉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의 승리 가능성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 2곳 모두 야권 후보들과 초접전을 벌이는가하면, 박희태 전 대표를 전략공천 한 경남양산 역시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일부 후보들이 ‘박근혜’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사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택은 이번 선거에서도 ‘침묵’이다.
모든 선거는 원칙적으로 당 지도부의 책임 하에서 치러져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 따른 선택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남 양산의 박희태 후보 측은 “朴心(박심, 박근혜 마음)은 朴(박희태)에게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박희태 후보 선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지난 16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박 쪽에서 미는 후보는 바로 박희태 대표”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있지만 허태열 최고위원이 직접 연설을 통해 양산시민에게 친박 쪽에서 미는 후보는 박희태 대표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상당히 실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안산 상록을 송진섭 후보 역시 자신이 ‘친박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송 후보는 친박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지역표심을 다지고 있는 상태다.
아무래도 국정 지지율이 절반도 안 되는 이명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우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라는 이름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친박연대 후보나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대거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박근혜’라는 브랜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필승의 무기로 ‘박근혜’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나라당은 참 이상한 정당이다.
정말 ‘박근혜’라는 이름을 당에서 필요로 한다면, 그를 당 대표로 선출하면 그만이다.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당 지도부 책임 하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가 앞장서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뛸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작 그를 당 대표로 모실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불리한 선거 때만 그를 이용하려들고 있다.
참 못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이번 재보선이 당초 예상대로 3석을 건지면 본전이다. 그러나 2대 3이나 1대 4로 참패할 경우 정몽준 대표 체제 인책론과 함께 조기전당대회론이 불거져 나올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조기전대론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원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전 당원과 대의원들이 그를 찾아가 당 대표로 모시기를 원한다면, 끝까지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튼 그가 당 대표로 진두지휘하는 내년 지방선거와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대표체제하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그 결과는 너무나 빤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나아가야할 길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그가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고, 그를 필요로 할 때만 부르는 이름이 ‘박근혜’라면 요즘 말로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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