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주고 상받기’ 부끄러운 줄 알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0-20 16:53: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참 가관이다.

서울시 관내 일부 구청이 영리단체에 수천만원대 돈을 건네고 상을 받는, 이른바 ‘돈 주고 상받기’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마디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겠다는 것인데, 자신의 노력으로 치적을 쌓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혈세로 대신 자신의 무능한 값을 치르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 ‘성북구 시이오(CEO) 대상 등 수상 관련 주민감사 청구 결과’에 따르면 성북구는 지난해 ‘제4회 한국지방자치대상’(행정서비스 혁신 부문)과 ‘존경받는 대한민국 시이오 대상’(미래경영 부문)을 받는 대신 두 상의 주관사 쪽 요구에 따라 홍보비 명목으로 무려 3000여만원의 구 예산을 사전에 건넸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성북구는 지난해 11월 4일 ‘존경받는 대한민국 시이오 대상’ 주관사인 모 혁신원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열흘 뒤 1650만원을 송금했고,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같은 달 27일 시이오 대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성북구는 두 달 앞선 지난해 9월 ‘한국지방자치대상’을 받을 때도, 모 연구원에 1320만원을 전달하고 하루 뒤 ‘행정서비스 혁신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한 ‘상 값’이다.

성북구만 그런 게 아니다. 강북구 김현풍 구청장 역시 ‘한국지방자치대상’을 받으면서 해당 주관사와 사전 약속대로 무려 1320만원을 지출했다. 물론 자신의 주머니에서 상값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혈세로 지불했다.

동대문구 역시 마찬가지다. ‘시이오 대상’을 타기 전에 성북구와 같은 단체에 미리 돈을 건넸다.

지난해에 시민일보에서도 자치단체장들에게 상을 수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3명의 구청장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수여하는 상을 받지 못했다.

올해로 7회 째인 ‘시민일보 제정 행정대상’은 수상자 그 누구에게도 돈을 받는 일이 없다. 심지어 참가비 혹은 심사비라고 해서 단돈 몇 푼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권고조차 모두 뿌리치고 있다. 심사는 전적으로 외부 인사들에 의해 진행된다. 물론 그들은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다.

따라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깨끗한 상을 그들은 지난해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돈이라도 주어서 자신의 치적을 쌓으려 했을 것이고, 결국 그런 사실이 이번에 주민감사 청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 관계자는 “이번 시상식을 주관한 단체는 지자체에서 받은 돈의 일부만 홍보·행사진행비로 쓰고 나머지는 직원 인건비로 썼다”고 공개했다.

일종의 영업행위를 했다는 말이다. 즉 돈을 받고 ‘상(賞)’이라는 상품을 팔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자체가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셈이 된다.

사실 이들 행사를 주관한 두 단체는 행사 기획·홍보 대행 등 영리사업을 주로 하고, 대표이사와 감사가 서로 같아 사실상 동일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름만 다를 뿐 사실은 하나의 업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관사라는 게 결국 상을 헐값에 제조해 고가에 팔아먹는 고등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런 엉터리 같은 기관에 막대한 주민 혈세를 쏟아 부었으니, 차마 부끄러워 얼굴도 들 수 없어야 맞다. 무슨 변명의 여지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성북구 관계자는 “상을 받는 대가가 아니라 일부 행사 비용을 댄 것”이라며 “성북구 전체 주민이 이룬 성과를 평가받으려는 취지였다”고 말 같지 않은 변명하고 있으니, 참으로 괘심하다는 생각이다.

정말 제대로 성과를 평가 받고 싶다면, 시민일보가 제정한 ‘제 7회 의정.행정대상’에 당당하게 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시민일보>는 오는 11월 20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여야 각 정당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장담하거니와 거기에서 상을 받는 분들 가운데 단 한분도 돈을 내고 상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참가비나 심사비 따위도 없다.

우리의 상을 받는 기준은 돈이 아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무능하면 안 된다. 오직 지난 1년간 자신이 상을 받을만한 업적이나 성과를 남겼는가하는 것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