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박정희를 놓아주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0-21 15: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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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오는 26일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도 미진하기만 하다. 따라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뚜렷한 공과(功過)로 대변되는 새마을 운동과 유신헌법만이라도 역사적 재평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박정희의 과오를 미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는 국가지도자로서 책임을 다했다. 산업화된 국가를 만드는 것이 그의 책임이었다. 일부 지식인들은 경쟁 지상주의, 지나친 개인주의가 박정희 개발독재의 후유증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30년 전에 죽은 박정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박정희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이젠 박정희를 놓아주어야 한다."

이는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가 지난 19일 연세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30주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특히 그는 이날 새마을 운동에 대해 "한국인의 국민성을 바꿨고,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됐다"며 “박정희는 보다 나은 삶을 꿈꿨던 대중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박정희가 싫어서 한국을 떠난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박정희 개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를 연구하다 보니, 좋든 싫든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심지어 그는 “박정희 시대 산업화의 공로는 평가받을 만하지만 독재는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 학자들이 유신과 경제성장을 따로 보는데, 결국 이 둘은 '양날의 칼'”이라며 “어느 나라도 희생을 치르지 않고 산업화를 이룬 나라는 없었다. 박정희의 리더십은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과오보다는 성과가 컸다”고 일축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1974년 유신체제를 견딜 수 없어 혼자 호주로 떠났다는 김형아 교수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 운동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같은 변화가 김 교수에게서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이른바 ‘민중후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백기완 선생마저 박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생전에 늘 그와 대립각을 이루었던 백 씨는 최근 ‘유신 정권’에 대해 “유신을 마치 대한민국의 나치정권처럼 떠드는 사람들이라면 장개석이 수만명의 대만인들을 학살한 대만의 '2.28 사건' 정도는 알고 떠들어야 한다”며 “당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나라는 없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오늘날 굶어죽는 쥐새끼 보다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것 해결하는 것도 솔직히 막막했을 것”이라고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그는 유신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본, 자원, 기술 어느 것 하나 구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이것에 세계는 깜짝 놀랐던 것”이라며 “그 때가 그대들이 거품 물고 독재였다 말했던 유신시절이었다. 일컬어 세계인들이 '한강의 기적' 이라며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8년간 집권하며 국부를 20배 이상 불려놓은 정치가가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답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 '시저'더냐? '나폴레옹'이더냐? 너희들의 대부가 그리 존경한다던 '모택동'이더냐? 전 세계 통틀어 이러한 위대한 정치가를 부관참시하는 나라 있다면 분명 답해야 한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사실 필자는 ‘민중신문’ 편집위원장 출신으로 군사독재 정권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비판적이었던 사람이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그들과의 야합으로 탄생한 김영삼 정권까지 필자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사정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김형아 교수나 백기완 선생 못지않은 ‘박정희 비판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각이 달라졌듯이 필자의 시각 역시 달라졌다.

세월은 보다 많은 것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와 백기완 선생의 시각이 달라지고, 필자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과오까지 미화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에 대한 잘못된 부정적 평가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미 30년 전에 고인이 된 그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필자 역시 김 교수처럼 “이제는 부디 그를 놓아 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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