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운찬 김무성, 모두 틀렸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0-25 12: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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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세종시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행정도시 이전을 찬성하는 시민단체가 있는가하면,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도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그리 나무랄 것이 못 된다.

오히려 국가의 중요한 사업에 이처럼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극 권장할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한한 결코 반대 목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들이다.

왜냐하면 세종시를 추진한 것은 결국 국민이 선택한 ‘대한민국 정부’였고, 이를 통과시킨 입법부 또한 국민이 선택한 ‘대한민국 국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가 쿠데타로 집권한 정부가 아니라면, 이전 노무현 정부와 17대 국회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이른바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포항에 포항제철을, 구미에 전자산업단지를 세워 두 도시가 수십 년 동안 먹고 살 수 있었다”며 “세종시에도 그런 것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경한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을 막고, 포항시나 구미시처럼 만들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심지어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총대를 메고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 총리는 총리에 지명되자마자 세종시 원안 수정론을 거론하더니 인사청문회에서는 자족도시 기능을 갖춘 세종시를 만들겠다는 어이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것을 백지화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한마디로 이전 정부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부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조그마한 주식회사도 대표이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대표이사가 발행한 수표를 부도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하물며 한 국가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과의 약속을 부도내도 괜찮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작태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22일 한 케이블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정치권의 세종시 논란과 관련,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당시) 동료 충청도 의원들의 호소로 어쩔 수 없이 세종시법에 찬성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잘못된 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정부처가 이전해도 효율성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문제가 크다. 잘못된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마치 자신이 몸담았던 17대 국회가 수표를 발행한 것은 잘 못 것이니, 부도를 내겠다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다시 말하거니와 비록 이전 정부와 현 정부는 집권당이 다르지만, 엄연히 둘 다 ‘대한민국 정부’다.

그리고 17대 국회와 18대 국회 역시 다수당은 서로 다르지만, ‘대한민국 국회’라는 점에 있어서는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자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정답은 이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했다.

그는 지난 23일 세종시 추진 논란과 관련해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즉 세종시 문제와 관한한 대한민국 정부의 약속, 대한민국 국회의 추인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를 하려면, 오히려 아직 결정되지 않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게 맞다.

만일 김무성 의원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4대강 사업은 문제가 크다. 잘못된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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