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노림수 뭘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01 17: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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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결정된 세종시를 만들 의사가 없으며, 정 총리가 총대를 메고 그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의 입을 빌려 “양심상 세종시는 원안 그대로 하기 어렵다”는 말을 언론에 흘렸는가 하면, 지난 달 17일에는 자신이 직접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 총리가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연일 세종시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 총리는 마치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기 위해 임명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 그는 취임하기도 전인 지난 9월 21일 오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안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하면, 지난 달 30일에는 총리 취임후 처음으로 세종시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경제학을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여기 와서 보니 기업들이 오고 싶을 만한 입지인 것 같다”면서 “비공식적으로 몇몇 기업들이 오겠다는 의향을 표시했으며, 어떤 대학 연구소는 벌써 오겠다고 나하고 약속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행정복합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기업을 유치하는 형태의 전혀 다른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달 23일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과 관련 "그간 수없이 토의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이라며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하자, 같은 달 29일 정 총리는 "박 전 대표를 만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번 듣고 싶다"며 "내 생각을 말하면 박 전 대표도 상당히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박 전 대표가 지난 31일 부산의 불교 행사에서 정 총리를 향해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국민과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며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려한다면 내게 할 일이 아니라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 할 일”이라고 반격을 가했겠는가.

대체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이처럼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가면서까지 굳이 세종시를 백지화 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이 말한 ‘양심상’이니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고, 거기에는 뭔가 ‘꼼수’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첫째, 돈 문제다.

이른바 ‘부자감세’를 통해 세수가 줄어든 마당에 4대강 사업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일을 하려면, 세종시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을 자신의 임기 내에 완료하고픈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 건설에 들어 갈 예산을 모두 4대강 사업으로 끌어와야만 한다.

즉 세종시 건설이 자칫 4대강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둘째, 내년 지방선거 문제다.

이번 10.28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누가 뭐래도 ‘반MB’다.

특히 수원 장안선거와 안산 상록을 선거에 나타났듯이 수도권 지역의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각각 내세울 경우, 한나라당은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야당에게 내어 줄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고, 조기레임덕 현상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도권 민심을 잡는 방안으로 세종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셋째, 대통령 후보 경선 문제다.

세종시 문제는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에 여야 합의한 세종시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켜, 그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한 정 총리를 띄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실제 원칙과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올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수도권 민심이반을 가져와 수도권 지역에 ‘반박(反朴)’ 여론을 형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지난 경선에서 청계천 하나로 수도권 민심은 ‘이명박 대세론’을 만들어 냈듯이,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세종시 문제 하나로 수도권 민심은 ‘정운찬 대세론’을 이룰 수도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수도권 시민들이 나서서 본때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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