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박근혜 전 대표의 고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22 11: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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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우연히 한나라당 밖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행보 쪽으로 넘어갔다.

과연 박 전 대표가 현재의 우위를 그대로 지켜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과 친이(친 이명박)가 장악한 한나라당에서 정상적인 경선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쩌면 이런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이미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실제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대권주자들 가운데 박 전 대표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할 만큼,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믿을게 못된다. 이 점이 문제다.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당원과 대의원 및 일반 국민들까지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이명박 후보를 눌렀으나, 여론조사에서는 패했다. 각종 재보선에서도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는 게 입증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이 특정인을 지원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조사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여론조사 관계기관 종사자들의 증언이다.

따라서 친이 세력에 의해 사실상 장악 당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정상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의문이다.

어쩌면 지금도 비정상적인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각종 사설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차기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박 전 대표는 30%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래도 ‘압도적인 부동의 1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지난 2일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조사보다 8.2%포인트 급등한 35.4%로 부동의 1위를 차치했다.

또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공동 정기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7%를 얻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두 여론조사 기관 모두 2위와의 격차가 20% 안팎일만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두 개 모두 3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9일 휴대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43.5%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 가능성이 가장 적은 야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40%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게 박 전 대표의 진짜 지지율일지도 모른다.

만일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조작하고 있다면, 그것은 권력의 핵심부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날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친이 세력은 결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든 그를 흔들어서 낙마시키려 할 것이고, 이번 세종시 문제도 그런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결국 한나라당 후보가 되려면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그러면 국민들이 박 전 대표를 끝까지 지지해 주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한 인사는 각종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니냐며, 그런 한나라당을 박 전 대표가 다시 예전처럼 천막당사를 만들고 살려달라고 읍소한들 먹혀들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한나라당을 나와 신당 깃발을 꽂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에 지금처럼 계속해서 제동을 걸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앞에 납작 엎드려 경선에서 승리하고 보자는 것인지 결말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옳지 않다면, 박 전 대표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그의 국정운영 방식에 제동을 걸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렇게 하다가 친이 세력의 방해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의 뜻이라면 그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청와대로 가는 길에는 꼭 한나라당 후보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항상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인으로 끝까지 우리 곁에 남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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