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잣대는 권력의 有無인가

문수호 / / 기사승인 : 2009-12-22 16: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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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잣대는 권력의 有無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검찰이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너무나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대체 검찰의 수사기준은 무엇인가.

죄의 유무(有無) 혹은 경중(輕重)인가, 아니면 권력의 유무나 경중인가.

일반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은 죄의 유무나 죄의 경중에 따라 검찰의 수사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검찰은 그보다 권력이 있고 없음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실제 검찰은 경기 안성시에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을 만들면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주)스테이트월셔 공경식 회장의 자금이 공성진 최고위원 등 정치권으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

공 최고위원이 공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액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4억여원이 훨씬 넘는다.

우선 검찰은 공 회장으로부터 공 최고위원이 운영하는 연구단체인, 위기관리포럼에 수천만원을 지원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돈이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하여 대가성이 있는 자금인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으며, 또한 위기관리포럼이 불법 정치자금 통로 역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공 의원은 골프장 로비설 외에도 전동카트 제작업체 C사, 바이오연구업체 L사와의 불법자금 거래설, H사단법인 비자금 창구설, 경선 과정에서 기업인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수수설, 카드대금 특정기업 대납설, 공기업 선임 명목 불법정치자금 수수설 등등 그 의혹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검찰은 공 의원에게 지난주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공 의원이 국회와 당 일정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소환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향후 수사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많은 의혹에 이처럼 엄청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음에도 검찰은 공 최고위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못하고 왜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일까?

죄가 없기 때문도 아니고, 액수나 불거진 의혹 등으로 볼 때 그 죄가 결코 가볍기 때문도 아닐 것이다. 이는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와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다.

실제 한 전 총리의 경우는 어떤가.

검찰은 21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이번 주 안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완전히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격이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2007년 무렵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지난 3일이었다.

무슨 증거를 확보한 것도 아니고, 단지 진술을 받은 것뿐이며, 그나마 진술을 확보한 지 채 20일도 안되어 전광석화처럼 기소방침을 세운 것이다.

검찰이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대표 공경식 씨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공 의원의 혐의를 밝혀낸 것이 지난달 6일인데도 아직도 검찰조사조차 받아내지 못한 반면,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불과 진술확보 20일도 안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청구, 발부받아 지난 18일 집행까지 했다.

불과 5만달러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에게 들이댄 잣대와 최소 4억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공 최고위원에게 들이댄 잣대가 ‘죄의 경중’이라면 검찰의 이 같은 태도는 틀렸다.

그렇다면 검찰의 잣대는 무엇일까?

공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내 핵심 친이(親李,친 이명박) 인사로 ‘살아 있는 권력’인 반면, 한 전 총리는 친노(親盧,친 노무현) 인사로 ‘죽은 권력’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렇다면 혹시 검찰은 ‘권력의 유무’를 수사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 말고는 검찰이 일사분란하게 한 전 총리 수사를 진행하는데 비해 ‘골프장게이트’ 수사, 특히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지 않는가.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잣대를 죽은 권력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 검찰에 그런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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