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50%대에 육박해 국민들로부터 크게 신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SBS가 지난해 12월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8%가 ‘잘한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것.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국민 두 명 중 한명이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선 국정지지도를 물을 때, “이 대통령을 지지합니까”라는 문항으로 질문하지 않는다.
실제 최근 발표한 국민일보 여론조사는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 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했으며, 동아일보 역시 국민일보와 같은 문항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번 SBS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정지지도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최근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은 이대엽 성남 시장은 친인척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8차례나 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대중음식점 부지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가 한정된 부지를 조카며느리가 사들이자 도시계획변경을 추진한 끝에 음식점과 의료시설, 업무시설, 문화시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준주거용지로 용도변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조카가 운영하는 조경업체의 하도급 공사 유착 의혹도 사고 있다.
오죽하면 시의회가 나서 ‘이대엽 시장 친인척 비리 특별조사위원회’까지 만들었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시장의 시정운영 지지도는 매우 잘함 5.8%, 대체로 잘함 18.1%로 긍정적 평가가 무려 23.9%에 달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시위 당시 국정 운영지지도와 맞먹는 수치다.
하지만 이게 바로 이대엽 시장 개인의 지지도는 아니다.
실제 이 시장이 내년에 재출마 한다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13.3%만 지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지지안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61.3%로 4배 이상 높았다.
다른 후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응답은 22.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4%였다.
특히 현재 거론되는 여야 성남시장 후보군 모두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는 8.7%의 저조한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월간지 폴리피플>이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 지난 22일 성남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56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12%포인트)를 실시한 결과다.
즉 23.9%의 높은(?)시정 운영지지도를 획득한 이 시장의 실제 지지도는 8.7%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결국 개인 지지도는 시정운영지지도의 1/3 정도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개인 지지도는 국정 운영지지도(49%)의 1/3 수준인 16% 정도가 아닐까?
국정운영지지도 혹은 시정운영지지도가 개인에 대한 지지도와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응답자는 과거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대통령이나 단체장이 국정운영이나 시정운영을 잘하고 있는지 상대 평가를 하게 되는 까닭이다.
즉 과거 ‘촛불시위’ 때보다 ‘지금이 좀 더 잘하고 있을 뿐’이라는 답변이라는 뜻이다.
또 국민들은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는 바람을 지지율에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여론조사기관 관계자의 해석도 있다.
특히 이상돈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50% 대에 가까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대해 “여론 조사라는 것이 신빙성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 그걸 챙겨봐야 한다”며 “한국의 여론 조사는 이미 신뢰성을 상당히 상실한 게 아니냐”고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국정지지도는 ‘촛불시위 때보다 지금이 좀 더 나아 졌을 뿐’이라거나, 아니면 ‘제발 앞으로는 잘 좀 해 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는 지지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신뢰도에 의문이 가는 여론조사 결과다.
이게 지금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49.8%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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