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세종시 수정안 수상하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1-07 16: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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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어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성동격서란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략으로 적에게 관심을 온통 한쪽으로 쏠리게 한 뒤에 다른 쪽에서 공격을 해서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즉 국민의 시선을 세종시 수정안에 쏠리도록 한 다음에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을 날치기처리 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키운 것이라 생각하고 무시해 왔던 것이다.

특히 국가재정의 악화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동시에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세종시 예산을 묶어두어야만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전폭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단지 이런 ‘성동격서’식 전략에 의해 불거진 문제니만큼, 이명박 정부 스스로 조만간 ‘원안 백지화 포기’를 선언할 줄 알았다.

여권 일각에서 ‘출구전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뭔가 ‘플러스 알파’가 더 있는 것 같다.

즉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4대강 사업에서 국민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는 전략’과 ‘세종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4대강 사업에 국가재정을 전폭적으로 투입하게 하는 전략’ 이외에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대체 그게 뭘까?

바로 대기업에 ‘특혜 주기’다.

실제 세종시에 들어설 대기업에 대해 지난 5일 정부가 확정한 토지 공급가격은 혁신·기업도시의 4분의 1에서 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국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평균 토지공급가격은 3.3㎡ 당 172만원이다.

그런데 세종시의 토지공급가격은 36만~40만원에 불과하다. 즉 세종시 토지공급가격보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공급가가 무려 4.3~4.8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울산 299만원과 대구 293만원에 비하면 세종시의 토지공급가는 무려 7.5배나 낮은 수준이다.

세종시의 토지 공급가격이 이들 지역보다 훨씬 낮은 것은 정부가 대기업 등에 원형지 형태로 땅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즉 기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헐값으로 땅을 대기업에 넘겨준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특혜다.

따라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로의 이전을 계획하던 기업들이 모두 세종시로 방향을 바꾸려 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헐값에 땅을 사서 나중에 땅을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수준으로 되팔기만 해도 4~5배나 남는 장사 아닌가.

물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 중에서도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이 흘러갈 것이고, 머지않아 그들은 ‘돈 잔치’를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에 따라 국가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런 상태에서 충청권 도민들에게 강제로 매입한 땅을 대기업에 헐값에 되팔아 불안한 국가재정을 충당하려는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즉 앞서 밝힌 ‘성동격서’ 전략 의외에 ‘정치자금 마련’과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부족한 재정 충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당장 땅을 몰수당한 충청도민들의 반발이 불가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복합도시 계획 당시 울고 불며 ‘고향을 떠날 수 없다’고 반발하던 충청도민들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행정도시 건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자신들의 땅이 몰수 된 것이라면 가만히 있겠는가.

더구나 몰수한 토지를 목적 이외에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따라서 땅의 원주인들이 환매를 요청할 경우, 정부는 그들에게 이를 되돌려 주어야만 한다.

거듭 말하지만 ‘성동격서’ 전략으로 그만큼 재미를 보았으면 됐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뜻대로 국민들이 세종시 문제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을 때, 4대강 예산을 날치기 처리하지 않았는가.

경고하거니와 그것으로도 부족해 이젠 ‘돈 욕심’에 ‘거덜 난 국가재정 채우기’ 수단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이용하려 든다면 이명박 정부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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