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 등 ‘원안 백지화’를 주장하는 여권 주류측은 아예 이번 기회에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 비주류측을 당에서 밀어낼 태세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친이 소장파 의원들은 마치 사전에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일시에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정도가 너무 심하다.
처음부터 인신공격을 염두에 둔 듯, 거침이 없다. 감정적인 단어들까지 마구 튀어 나온다.
실제 정두언 의원은 10일 ‘박 전 대표님에게’라는 공개질의서에서 지난 2002년 2월 박 전 대표가 당시 이회창 총재 체제를 ‘제왕적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사실을 거론한 뒤 “박 전 대표는 과거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심지어 그는 “당시 한 당직자가 ‘제왕적 총재를 없애자면서 정작 자신은 제왕적 부총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 했었다”고 지극히 개인적인 발언까지 들먹이면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들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2005년 세종시) 당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저는 반대한다”고 밝힌데 대해 “이것을 혹시 자기가 정한 당론은 지켜야 하고 남이 정한 당론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역린이 되는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정두언 의원만 박근혜 전 대표 공격에 나선 게 아니다.
앞서 친이 직계 정태근 의원도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표가 당론이 변경돼도 세종시 수정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당헌에 규정된 당론 변경 절차까지 미리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해당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당헌에 따라 논의되고 의결되더라도 나는 반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한나라당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 고집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날 친이 김용태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여론과 당론 수렴도 거부한 채 자신은 물론 상대의 퇴로까지 끊어놓고 정면충돌하자는 것은 신뢰가 아니고 아집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 소장파 의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명박 대통령과 소통이 이뤄지는 친이 핵심 직계의원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공세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즉 이들 소장파 의원들의 박 전 대표 공세에는 ‘이심(李心, 이명박 마음)’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왜 한나라당 주류측은 비주류인 박 전 대표를 이처럼 거세게 몰아붙이는 것일까?
한마디로 ‘박근혜 밀어내기’다. 즉 박 전 대표에게 한나라당을 떠나라는 일종의 압력이다.
이제는 그가 없어도 자신들이 한나라당을 지킬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가하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수도권 민심은 대체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없어도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실제 친이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나가서 신당을 차리더라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승세를 잡으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과 친박신당의 싸움이 되겠지만, 막판 표심이 ‘될 사람에게 찍어 주자’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한나라당에 힘이 실릴 것이고, 호남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나눠 가진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충청권은 한나라당, 친박신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4파전이 될 것이고, 강원도는 한나라당, 친박신당, 민주당의 3파전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결코 손해 볼 것 없다는 것.
과연 그럴까?
천만에 말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 라면 대통령 개인의 지지율은 얼마나 될까?
10%대를 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또 한나라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 높다고 하지만, 친박계가 이탈할 경우 현재 지지율 가운데 과연 몇 %나 남게 될까?
더구나 현재 한나라당의 주류가 비록 친이계로 그들이 당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당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근혜 전 대표를 ‘한나라당 대주주’로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은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밀어내기’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 11일이면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친이-친박’간 마지막 ‘황야의 결투’가 벌어지게 된다.
만일 세종시 수정안이 입법화 과정에서 무산될 경우, 이 대통령은 물론, 박 전 대표를 향해 ‘막말’ 수준의 공세를 퍼부었던 친이 소장파 의원들의 운명도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친이 소장파 의원들의 착각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 시키고, 자신들의 운명마저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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