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계파 갈등 어찌될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1-11 1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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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한나라당에서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친이 소장파 의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 흠집내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로 ‘당의 보배’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정말 정권재창출의 뜻을 지니고 있다면, 마땅히 아끼고 지켜야할 존재다.

그런데, 오히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 측은 그를 밀어내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실제 친이 소장파 의원들의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정두언 의원은 ‘제왕적 총재’를 운운하며 박 전 대표를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부었고, 정태근 의원은 ‘오만’, 김용태 의원은 ‘아집’이라는 ‘막말’에 가까운 용어를 써가면서 공세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의원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들이 같은 당 소속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미래권력’이라고 까지 불리는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들은 박 전 대표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깨부수어야할 적(敵)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그렇다.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발표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모든 야당이 들고 일어섰다.

이런 상태에서 수정안의 입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정부는 이날 발표한 수정안에 대해 정부입법 형태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의 개정안 또는 별도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2, 4, 6월 등 짝수달에 임시회를 열게 돼 있는 만큼,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심의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세종시 수정안은 일반법안과 같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현재 국회의석은 모두 289석으로 법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과반인 150명의 찬성만 있으면 된다.

물론 현재 의석 분포는 모두 298석 중 한나라당이 169석으로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다.

기타 민주당은 87석, 자유선진당 17석, 친박연대 8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2석, 진보신당 1석, 무소속 9석 등 야당과 무소속 등 모든 의석을 합해도 129석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수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게 빤한 상황에서 수정안에 부정적인 친박계 의원마저 등을 돌릴 경우 국회통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의 169석 가운데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은 최소한 50~60석 정도는 된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친이계는 정말 이런 사정을 몰라서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려 드는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빤히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계속 ‘안 될 일을’ 억지로 끌고 가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계파갈등이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 됐든 계파갈등의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친이계의 당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박근혜 밀어내기’도 그만큼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즉 박 전 대표가 스스로 탈당을 결심하는 그날까지 친이계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친박계가 사실상 당의 전면에 나서면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중히(?) 탈당을 권유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친이계의 반발은 불 보듯 빤하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의 내홍이 깊어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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