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자, 각 여론조사기관들이 발 빠르게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그런데 참으로 가관이다. 순 엉터리들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 도무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다.
국민들이 원안을 지지한다는 것인지, 수정안을 지지한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 MBC가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일 하루동안 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정안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 보다 많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찬성 47.5%, 반대 40.5%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많다는 것.
같은 날 중앙일보 신문 조사연구팀이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역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의 절반(49.9%)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반대는 40%에 불과했다.
그런데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12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531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2.5%p)를 실시한 결과는 전혀 다르다.
원안대로 중앙부처 9부2처2청 이전과 산업, 교육, 문화 등 자족기능 갖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4.2%인 반면, 중앙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 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37.5%에 그쳤다.
원안 찬성이 수정안보다 무려 6.7%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이야 정파성을 띄고 있어 그 결과가 조금 의심스럽다고 하면, 다른 중립 성향의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는 어떤가.
백중세다. 오히려 원안 지지가 더 높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를 실시한 결과, 원안 추진 40.2%, 수정 추진 40.1%로 원안추진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향후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지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무려 50.6%인 반면,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은 30.3%에 불과했다.
즉 대통령이 바뀌면, 설사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그 수정안은 또 바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처럼 ‘들쭉날쭉’하는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바로 이런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괴물’, 즉 ‘독선적 대통령’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라는 점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일반국민과 당원 및 대의원 등 무려 13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이명박 대통령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당시 박 전 대표는 6만 4648표를 얻은 반면, 이 대통령은 6만 4216표에 불과했다. 득표율로 따지면 박 전 대표가 49.39%, 이 대통령이 49.06%로 박 전 대표가 3.3%나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는 패자가 됐고, 이 대통령이 승자가 되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것이다.
바로 이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실제 당시 고작 54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51.55%를 얻은 반면, 박 전 대표는 42.75%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승자가 패자가 뒤 바뀌게 된 것이다.
엄연히 오차범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처럼 승패가 엇갈리는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기관이 결국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 아니겠는가.
지금 인터넷 상에 나타난 네티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도 그런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옵저버’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13일 “조작된 여론조사결과를 진실인양 보도를 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여론조사기관은 훗날, 반드시 국민의 처단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수정안 반대여론을 퍼뜨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며 “가만히 있으면 저들의 조작에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나저나 여론조사마저 믿을 수 없는 이런 ‘불신의 시대’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는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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