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진 죽이기, 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1-17 12: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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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16대 국회에서 민주당 정치개혁을 주도한 바 있는 ‘새벽 21’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모 전 의원이 최근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정치 지도자를 꼽으라면, 비록 당은 다르지만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꼽겠다.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세계무대에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람이다.”

정치권에서 서로 적(敵)이라고 할 수 있는 제1야당 인사로부터 이 정도의 칭찬을 받을 여당 인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박진 의원이 최근 위기에 처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뢰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물론 박진 의원은 지난 4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지금 박 의원의 1심판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우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죽이기 위한 희생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 한 전 총리와 박 의원의 사건은 모두 불법 정치자금을 수뢰했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아무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똑같다. 두 사건 모두 진술인의 진술만 있다는 점에서도 똑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 전 총리는 야권의 차기 서울시장 및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거물급 인사이고, 박진 의원은 여당 소장파 의원으로 한나라당내에서 차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큼 장래성 있는 여당 인사라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여당의 박진 의원에게 ‘진술인의 진술만으로도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후, 야당의 한 총리에게도 똑 같은 방식으로 형을 선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실제 박 의원은 지난 2008년 3월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베트남 관련 행사에서 박연차 전 회장에게 미화 2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박연차 회장이 “박진 의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만 있을 뿐이다.

물론 박 의원은 ‘펄쩍’ 뛴다.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박연차 회장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박 의원을 기소했고,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라고 밝히면서도 “진술이 대체로 자연스러운데다 악감정을 갖고 무고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박 전 회장의 증언을 받아들였다.

참 가관이다.

한 사람은 주었다고 하고, 한 사람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사실을 입증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증거는 하나도 없다.

목격자도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걸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많은 국민들은 지금 박진 의원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한명숙 죽이기 희생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그 많고 많은 여당 인사들 가운데 왜 하필 박진 의원인가.

어쩌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악감정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당시 박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이었다.

서울 지역은 그야말로 ‘이명박 대세론’이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원내는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모두 ‘대세론 후보’ 앞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박 의원은 ‘당중심 모임’의 멤버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때 맹형규 정무 특보, 권영세 의원, 김성식 의원 등이 끝까지 중립을 지켜 당의 분열을 막아냈다.

서울시당 위원장의 확고한 중립의지는 이명박 후보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었다.

실제 당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13만여명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패한 데는 박 의원의 중립선언이 한 몫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 있어서 박 의원은 눈엣가시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박 의원 죽이기는 ‘한명숙 죽이기’의 희생양인 동시에 여당내 중립 세력을 향한 일종의 ‘경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더구나 사법부의 양심이 살아 있다면, 이런 정치적 재판을 계속 이어 갈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인사도 인정한 박진 의원의 가치를 정치적 보복 때문에 짓밟아 버린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한 박 의원은 무죄다.

마찬가지로 한 전 총리 역시 물증이 없다면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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