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법원이 MBC PD수첩 1심 판결에서 무죄선고를 내렸다.
당연한 판결이다.
필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비판적 언론의 양심을 지켜준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을 환영하는 바다.
사실 검찰의 기소는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실제 당시 여론은 검찰이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결국 법원의 양심이 이를 바로 잡아 준 셈이다.
그런데 입법부, 즉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법원 때리기’에 나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21일 법원을 향해 이념공세를 펴는 등 노골적으로 ‘사법부 군기잡기’에 나섰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이건 완전 협박 수준이다.
정몽준 대표가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관이 대중 시선을 받으려면 법복을 벗고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법원과 법관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입법부가 사법부의 상전 노릇을 할 테니,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뿐만 아니라 정 대표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거론하며 "군대의 하나회 비슷한 조직이 법원의 집단적 움직임을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검사 출신인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PD수첩 무죄판결에 대해 "의학계도 놀라고 국민도 놀라고 법원 내부도 놀란 이번 판결은 사법 독립이 아니라 사법 독선의 판결"이라며 "앞으로 단독판사는 부장판사 경력 이상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일반 초임 판사 임용도 변호사나 검사 등 법조 경력이 적어도 5년 이상 되는 사람 가운데 판사보를 임명해야 한다"고 사법부의 인사권에 대해서까지 간섭하는 발언을 쏟아 냈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문제는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에 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권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입법부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사실상 행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즉 행정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선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보자.
입법부의 구성원인 한나라당 당론은 원안 추진이다. 그런데 정몽준 대표가 최근 수정안으로의 당론변경을 공식화 하고 말았다. 행정부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그렇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정 대표 스스로 ‘원안 추진 약속을 지키겠다’고 국민들 앞에 수차례나 약속했던 것을, 행정부의 뜻에 따라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행정부와 입법부는 대등한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입법부 스스로 비굴하게 행정부 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 입법부가 이제는 사법부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하려들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마치 자신들이 알아서 행정부 밑에 들어가 똘마니 노릇하는 것처럼, 사법부가 알아서 입법부의 입맛에 맞는 머슴이 돼야 한다는 협박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는 3권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물론 국회가 사법행정과 관련해 법리적으로 판결을 물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판결 내용에 간섭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3권분립이 서로를 침해하는데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입법부, 즉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사법부 군기 잡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행정부의 똘마니가 되어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는 것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모쪼록 행정부와 대등한 위치에 서 있는 당당한 입법부의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다.
입법부의 이런 저런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사법부의 당당한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그런데 입법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이 청와대의 머슴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기만 한다면, ‘입법부 독립선언’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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