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조기전당대회를 할까? 안할까?
그건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박근혜발(發) 조기전대론’은 결코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언론이 친박계 의원의 발언이라며, 마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조기전당대회를 원하는 것처럼 기사를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23일에는 한 공중파 방송이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저녁 8시 뉴스 시간에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보(誤報)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절차’를 매우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지금 조기전대를 실시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유가 발생했는가?
아니다. 조기전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조기전대를 실시하자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즉 6.2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기전대라는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박 전 대표의 소신인 ‘원칙’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조기전대를 검토하고 있다거나, 내심 바라고 있다는 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주장에 의해 조기전대를 실시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기전대에서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친이(親李, 친이명박) 측에서 또 다시 별 대수롭지 상황을 근거로 조기전대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는 분명하다. 변칙적인 조기전당대회를 실시하기보다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내년 7월에 전당대회를 실시하는 게 옳다는 것.
더구나 지금 당장 전당대회를 실시할 경우 친박 측은 승산이 없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 대표는 국민이 선출하는 게 아니라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것이다. 대의원은 사실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수족인 셈이다.
따라서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의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당 대표로 누구를 선호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인터넷 신문인 <뉴데일리>가 지난 8~15일까지 한나라당 국회의원(169명 중 96명 응답)을 상대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실시한 결과, 친이 측 홍준표 의원이 20%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현직 당대표인 정몽준 대표는 17%로 2위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이재오 권익위원장이 14%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친박 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홍사덕 의원은 13%에 불과했다. 친이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13%였다. 결국 친이 계의 총 지지율이 47%(20%+14%+13%)인 반면, 친박 계의 지지율은 13%에 불과한 셈이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할 경우 홍사덕 의원의 지지율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를 받겠지만, 역설적으로 친이 측의 결집을 초래 47%의 친이 지지율을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이처럼 원칙도 아니고, 승산조차 없는 조기전대를 박 전 대표가 검토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단언컨대 친박 의원들 가운데 지금 조기전대를 실시하고, 박 전 대표가 출마할 것이라는 측근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한나라당은 좀 혼나 봐야 한다.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
실제 세종시 문제로 충청 민심이 들끓고 있는가하면, 미디어법-4대강 사업 강행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그런데도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수도권에서 전패 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지도부는 오직 ‘이명박 국정 지지도’라는 신기루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박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어 지방선거를 승리를 이끌어도 이들은 그 공(功)을 이대통령 쪽으로 돌릴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렇다면 비록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눈물을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2012년의 승리를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때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박 전 대표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득이 하게 조기전대가 실시된다면, 박 전 대표는 어찌해야 할까?
언론인이 특정 정당에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당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우리 국민의 삶이 보다 나아질 것이기에 ‘그런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출마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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