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사법부를 향한 이념공세가 너무나 집요하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의도적으로 보수와 진보 ‘편가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대체 여권이 왜 이토록 불필요한 이념공세에 나선 것일까?
바로 ‘세종시 물타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사법부에 대한 일부 여권의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보수단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판결에 불만을 품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판사의 집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가하면, 대법원장이 탄 차에 계란을 투척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20일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판사가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발단이다.
사실 사법부의 이 같은 결정은 당연한 것이고, 설사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그 문제를 가지고 여당이 ‘법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당내에 사법제도개선특위(위원장 이주영)라는 것을 만드는가하면, 연일 법원때리기에 나섰다.
심지어 법원내 진보성향판사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요구하는 한편 △판사임용시 전면적인 법조일원화 △원심판결 파기율의 법관 인사반영 및 하위 평가자 탈락 △부장급 이상 판사를 형사단독판사로 임용하는 방안 등을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해 법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각종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같은 사건이 각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됐다.
그러자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동의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사법부 개혁의 칼을 빼든 국회의 모습이 거칠고 투박하다”고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 “최근까지 신문지면을 도배했던 세종시 논란이 갑자기 묻혀 버린 것도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처럼 ‘세종시 물타기’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이념공세는 결국 국민을 보수-진보로 편 가르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사법부를 향한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시작되자마자,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극우단체들이 결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양상이 세종시에도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은 물론, 심지어 가장 우측에 있다는 자유선진당 지지자들까지 모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나 선진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보수 성향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집요한 이념공세는 그들을 자극해 ‘수정안 찬성’쪽으로 돌아서도록 만들기 위한 음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같은 ‘세종시 물타기’ 이념공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 국민은 세종시 수정안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죽 자신이 없으면, 정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위해 총동원령까지 내렸겠는가.
그나저나 입법부는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지금 정작 개혁이 필요한 쪽은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 아닐까?
이에 대해 홍정욱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 최소한의 자정기능조차 갖추지 못한 국회가 사법부 개혁을 주도하려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3권 분립의 관점에서도 ´독립´보다는 ´결속´에 가까운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떠올리면 차라리 따로 노는 듯한 법원의 모습이 때론 바람직해 보인다.”
입법부, 특히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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