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법 위에 MB 있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1-26 14: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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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제멋대로 폐지하고,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특별법’이라는 전혀 다른 법안으로 바꿔 27일부터 입법예고한다.

이 과정에서 법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법보다 MB의 뜻이 우선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부와 여당은 막무가내다.

실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국무총리 직속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할 때도 법은 없었다.

현행법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만들 경우 법령으로 명시토록 하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는 ‘법령’이 아닌 ‘대통령 훈령’에 따라 이를 설치하고 말았다.

따라서 대통령 훈령에 따라 신설된 총리 직속의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기구’인 셈이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설치 근거를 대통령 훈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할 경우 정부는 해당 대통령령을 20일 이상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규정들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훈령은 법체계상 최하위에 있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관리들이나 한나라당은 마치 법보다 상위에 있는 ‘지상명령’처럼 받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령기구’가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특별법’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면 맞다.

그러면 그 이후에라도 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아니다. 역시 제멋대로다.

우선 세종시가 당초 목적과 다르게 토지를 사용할 경우 토지를 환매할 수 있는 '환매권'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은 행정기관 이전을 완전 백지화 하고 입주민간기업에 토지를 저가로 공급하는 기업도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당초 목적과는 180도 다르다.

물론 다른 공익사업으로 바뀌더라도 공익성의 정도가 당초 계획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일 경우에는 환매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공익성이 높기는커녕, 그 비슷한 수준의 절반에 절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행정도시주민보상대책위 등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후 ´환매권 청구소송 운동´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운찬 국무총리는 토지 원소유자들이 환매를 요구할 수 없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즉 법률로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또 다른 법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이석연 법제처장이 최근 신년 간담회에서 “토지수용의 목적이 완전히 바뀐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환매권 행사는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과 전혀 다른 것이다.

세상에 법리적으로도 보장된 주민들의 환매권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 말고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리고 법률로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든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문제는 또 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세종시 주민들은 지금까지 왈가왈부해 온 '환매권청구' 외에도 '계획존속청구권'이라는 권리에 근거해 세종시 원안인 행정계획존속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세종시법에 따른 9부2처2청의 이전과 복합도시의 건설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계획은 이른바 행정계획인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따라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한다면 당초의 행정계획을 변경해야만 한다는 것.

이럴 경우 확정된 행정계획은 법률관계를 확정적으로 형성하기 때문에 당초의 행정계획의 집행을 믿었던 세종시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신뢰 보호의 문제가 발생하게 돼 이같은 신뢰보호를 법리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계획보장청구권', 즉 '계획존속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또 어떤 엉터리 법을 만들고 피해가려 할지 모르겠으나, 수정안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결국 세종시 싸움은 ‘법보다 MB의 뜻이 우선’이라는 비양심 세력 대 ‘법과 원칙이 우선’이라는 양심 세력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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