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겹다.
말도 안 되는 세종시 문제로 여여 갈등은 물론, 여야 갈등에 지역 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 등 온갖 갈등이란 갈등은 다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세종시 수정론자’들의 정치적 욕심이 빚은 결과다.
뚜렷한 명분이라도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단지 행정비효율 때문이라고 하는데, 비효율성 문제로 따지자면 이로 인해 나타나는 국민 갈등이 더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수정론자들에게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법안이 국회에 올라오면 통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수종론자들은 이제라도 두 손 들고 국민 앞에 항복을 선언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수정론자들은 고집불통이다.
마치 아무런 생각 없이 오직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들 같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28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정론자들을 향해 “완전히 청와대 추종자들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사실이다.
수정론자들은 대부분 MB 추종자들이다.
그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 또 국민의 여론이 어떤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MB 뜻’이 그렇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인 것 같다.
이렇듯 명분이 없다보니, 이들은 자신의 주장이 반대에 부딪히면 우선 당장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하기 일쑤다.
그 단적인 사례가 수정론자와 원안론자 간 맞장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MBC백분토론을 수정론자들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이다.
당초 28일 밤 예정된 MBC백분토론은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과 수정안에 반대하는 ‘친박계’ 의원을 각각 1명씩 출연시켜 ‘세종시 맞장토론’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수정론자 대표로는 친이계 정옥임 의원이, 원안론자 대표로는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나오기로 하고 지난주 섭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수정론자인 정 의원이 지난 25일 느닷없이 ‘출연불가’ 의사를 통보해 결국 양측의 토론은 무산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수정론자인 안상수 원내대표가 ‘생방송 공개토론에 나서봐야 득 될 게 없다고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설 질문자 최종명단을 보면 친박계 의원들은 고작 10명밖에 안 된다.
35명의 질문자 가운데 무려 25명이 친이계다.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의 주된 이슈가 세종시 문제임임 감안하면 다분히 의도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실제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신청한 이정현 의원은 신청접수 첫날 신청서를 넣었음에도 탈락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28일 모 언론사 기자에게 “신청자가 없다고 신청 독려하는 문자까지 넣고선 이제와 나를 빼고 신청하지도 않은 (친이) 의원들을 집어넣었다”고 볼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실제 정치분야 질문자로 나설 ‘친이계’ 김용태 의원의 경우는 아예 대정부질문 신청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도부가 나서달라고 요구해 수락했다고 한다.
얼마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이럴까 싶어 정말 한심해 진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수정론자들의 거짓말이다.
그들은 항상 토론을 강조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근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거창하게 정(正)과 반(反)의 갈등을 통해 합(合)을 이룬다는 헤겔의 '정반합'을 언급하면서 "한나라당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정반합의 치열한 토론과 변증법적인 논리에 따라 발전하고 또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토론을 장려하는 발언을 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진정성과 인내심을 갖고 충분히 토론하되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슬기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거들고 나섰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도 "세종시 문제는 당 내에서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가세했다.
공식석상에서는 이렇게 토론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정작 뒤에서는 이처럼 토론을 하지 못하도록 공작을 꾸미는 게 바로 수정론자들의 작태다.
그래서 그들의 태도를 보면 지겹다 못해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제발 부탁컨대 수정론자들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을 속일 생각 하지마시라.
이제 그만 포기하고 국민 앞에 항복을 선언하시라. 그리하여 국민들이 단 하루라도 편안하게 살도록 해 주시라.
아무리 대통령 선거에서 ‘묻지마 투표’를 한 죄 값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나 가혹한 형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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