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지난 1일 당내 친이계만 참석한 세종시 토론회 인사말에서 "박근혜 전 대표께서도 원안이 좋아서, 원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원안을 하자는 말씀은 아닌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마치 박 전 대표가 원안이 좋지 않음에도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투다.
물론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2일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바로 이날 ‘정몽준 대표의 전날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죠"라고 말한 후, 혼잣말로 "말도 안 되는..."이라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박 전 대표와 정 대표, 두 사람의 발언에는 그들의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박 전 대표가 ‘원안 + 알파’를 주장하는 이유는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정치신뢰’ 문제 때문이다.
수정안 문제로 한나라당은 많은 것을 잃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정안에는)원안이 다 빠지고 플러스 알파만 한 게 돼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친박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도 “(박전 대표는)대선을 염두에 두고 원안+알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표를 계산하면 수도권에서 400만표를 잃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믿음, 신뢰, 신의, 약속이 우리사회의 밑바닥에 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정치신뢰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수도권 과밀화 해소 취지로 세종시법을 만들었고, 통과시켰다"며 원안 추진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듯이 세종시 입법 취지는 ‘수도권 과밀화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있다.
따라서 세종시는 그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면 수도권 과밀화해소에 어떤 게 더 효과적인가.
당연히 기업 몇 개를 더 옮기는 것보다 기업과 정부부처가 함께 이전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상식이다.
박 전 대표가 이런 판단 때문에 ‘원안+알파’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치신뢰 문제와 함께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원안+알파’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는 말이다.
사실 지금 수도권은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마디로 포화상태다.
특히 서울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밀도는 1㎢ 당 1만 7219명으로, 전국 6대 도시의 4~17배에 이른다. 교통혼잡비용은 7조 1037억원으로 전국의 27.5%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15만 9770톤으로 전국의 19.3%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파트 1평당 매매가격도 1842만원으로, 전국 6대 도시의 2.3~5.2배에 달한다.
인구가 분산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이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문제는 결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인구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주택난이 초래되자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라도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이는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다.
인간의 허파에 해당되는 그린벨트 훼손은 당연히 공기오염을 가중시킬 것이고, 결국 서울시민들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말 것이다.
그런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임시방편으로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여기에는 반드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고, 그래서 약간의 비효율성 문제가 따르더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정치권이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박 전 대표 역시 여기에 동의했고, 지금도 그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정몽준 대표의 ‘원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원안을 하자는 말씀은 아닌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는 발언은 틀렸다.
한나라당 대표인 그는 왜 원안을 추진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박 전 대표가 ‘원안+알파’를 그토록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그만큼 무지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정 대표에게 하나만 묻자.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겨우 기업 몇 개를 옮기는 정부의 수정안과 박 전 대표의 ‘원안 +알파’, 즉 ‘정부안 + 정부부처 이전’ 가운데 어떤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상식적인 질문조차 정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정당의 대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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