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정몽준 대표, ‘개헌카드’의 음모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03 16: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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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지금 정치권은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치열한 각개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세종시 건설 사업에 제동을 걸고, 느닷없이 ‘원안 백지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야 갈등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친이-친박 계파갈등이 도(度)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정몽준 대표 등 친이 세력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안+알파’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친박 간에는 감정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정몽준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같은 당 소속 박근혜 전 대표를 주요타깃으로 삼고,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그를 공격하느라 허비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친박 의원들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지사.

이성헌 의원은 3일 “정몽준 대표가 했던 말씀에 대해서는 상당히 여러 가지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원안을 지켜야 된다고 하는 얘기에 대해서 원안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의욕과 야심 때문에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그런 말씀들을 좀 하시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며 “당 대표로써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상식이 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또 이정현 의원은 같은 날 “당청분리를 확실하게 해야 된다. 그래서 당이 정부를 견제해야지 이번에처럼 5년 동안 이행해왔고,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국무총리가 뒤집는 법을 정부에서 뚝딱 만들어갖고 당정청 회의한다고 불러서 던져준 걸 그대로 갖고 와서 엊그제까지 원안이 당론이다 했던 것을 뒤집고, 그 입으로 다시 수정안이 당론이라고 선전하고 홍보하는 행태를 보이는 당직개편,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당이 정몽준 대표 체제로 바뀌는 것을 꼬집었다.
그런데 정 대표가 이번에는 느닷없이 개헌론을 꺼내들고 말았다.

정몽준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방선거 직후 개헌절차에 들어가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개헌은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친박 의원들까지 모두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야당과 여당 내 친박은 개헌을 통해 친이 세력이 장기집권을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나라당 친이 세력들이 개헌카드를 꺼내 든 것은 한마디로 ‘세종시 전쟁’에 이어 ‘개헌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정 대표가 개헌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해 8.15 축사에서 개헌을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 방향을 보니 두 사람 모두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분권형 개헌’이다. 즉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대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사실상의 권한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 대표의 연설에는 이 대통령의 이런 의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 대표가 대신 언급해 준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해 야당은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이다. 다만 개헌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지금 당장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내 친박 의원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박 전 대표 역시 개헌의 방향을 ‘4년 중임제’로 못 박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가 느닷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세종시 원안지지 세력을 개헌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갈라놓기 위한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세종시 수정안이 여권 내부의 반대와 냉랭한 충청민심으로 진퇴양난을 겪게 될 경우, ‘개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원안 지지 세력을 흔들어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지 오래다.

즉 세종시 원안 지지세력 가운데 개헌에 찬성하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지지자들을 분리해 내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친박 왕따’ 전략인 셈이다.

둘째, 친이 장기집권 음모 가능성이다.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 세력이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언론을 우군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이원집정부’ 개헌을 이끌어 내어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를 무력화 시키는 동시에 친이 세력이 지명하는 인사에게 실권을 주는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이란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 대표 등 여권 내 친이 세력들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국민’이다. 과연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이 친이 세력의 장기집권에 몇 명이나 동의할까?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개헌이다. 따라서 정몽준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의 세 불리를 만회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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