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친이-친정, ‘친박 왕따’ 걱정된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04 16: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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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4일 당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친이(親李, 친 이명박)계와 친정(親鄭,친 정몽준)계 인사에 중책을 맡긴 반면, 친박(親朴, 친 박근혜)계 인사를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친이-친정계가 서로 의기투합해 이른바 ‘친박 왕따’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당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정 대표와 불화를 빚어 온 장광근 전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그 후임에 3선의 친정계 정병국 의원을 임명했다.

물론 사무총장교체는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제 서서히 ‘정몽준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는 당장 정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정 대표가 친이계의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장 전 사무총장을 교체한 것 자체가 이제 어느 정도 그에게 힘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즉 정 대표가 직접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으며,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에게 전폭적인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니다.

이날 새로 임명한 4자리 중 3자리를 친이계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친이계인 남경필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에, 역시 친이계인 정미경 의원을 대변인에, 친이 핵심인 정두언 의원을 지방기획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물론 친박계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결국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몽준 대표가 당내 최대 세력인 친이계와 손을 잡고 친박 왕따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사실 이는 특정 정당의 일이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공정한 인사를 단행하든, 아니면 이처럼 편파적인 인사를 단행하든 그건 언론인이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점이다.

지금은 세종시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친이 세력과 정몽준 대표는 어떻게든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혈안이 돼 있는 반면, 친박 세력은 ‘정치 신뢰’ 문제를 들어 ‘원안+알파’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다.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모두 친이-친정 인사들로 채워진 것이다.

대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몽준 대표는 이미 현재의 당론인 원안을 폐기하고 수정안으로의 당론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그 과정에서 당내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당원들의 뜻을 물어본 일은 전혀 없다. 당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수정안 국회통과를 위한 인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6.2 동시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정안 찬성’을 공천기준으로 제시할지 모른다. 물론 체면상 노골적으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겠지만, 이미 친이-친정 인사들이 당권을 거머쥐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정안을 반대하는 친박 인사들에게는 엄청난 압력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올바른 사람들, 또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수도권 과밀화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있는 사람들,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국가경쟁력도 생긴다’는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오직 수도권 표심 때문에 세종시 원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정치꾼들에 의해 밀려난다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당직개편에 언론인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국민들도 한나라당 지도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회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다수당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해낸 힘 있는 여당이다.

그런데 행정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 한 번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 그나마 당내 야당 노릇을 해온 친박계의 존재가 국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었다.

그런데 친이계와 친정계가 이처럼 의기투합해 아예 이들의 싹을 잘라내려 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정말 이 답답하고 기막힌 현실을 어찌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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