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당, 親李가 수상하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09 15: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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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주류세력인 친이(親李, 친이명박)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당직을 개편하면서 친이계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정병국 사무총장과 정두언 지방선거 전략기획위원장,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 등 이른바 ‘원조 소장파’라 불리는 이들을 주요 당직에 임명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지방선거의 사령탑으로 한나라당 공천 문제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한나라당 공천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당장 이들은 현재의 당헌당규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실제 정병국 사무총장은 9일 ytn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을 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당규는 고심 끝에 만들어진 쇄신안으로 큰 틀에서 보자면 문제가 없다. 다만 당 주류인 친이계가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은 게 문제였을 뿐이다.

실제 지난 2005년 당헌당규 개정 당시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 이외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박 전 대표의 사퇴를 강요하려고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친이계가 당무를 장악한 이후 당헌당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18대 총선 당시 공천파동이 발생했고, 친박연대 후부와 친박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되는 이변이 속출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당헌당규는 개정보다 반드시 지키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현재의 당헌당규를 수용한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혁신안을 만들 때 (당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한 자(字)도 고칠 수 없다고 해서 원안 그대로 받았는데, 세상이 바뀌었다고 자기들 입맛대로 고친다면 그것이 무슨 당헌이고 당규냐”고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굳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헌당규를 개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친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지방선거 공천권을 자기들이 쥐고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그 방식은 철저하게 ‘박근혜 죽이기’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재영입위원장 남경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후보만 잘 내면, 이길 수 있는 지역에 인재영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한나라당 우세지역, 혹은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텃밭이라면, 어디인가.

바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사실상 박 전 대표의 견고한 지지기반이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 지방정치인들을 대거 ‘물갈이’해서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을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남경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원칙은 경선이지만, 전략공천으로 새로운 인물도 수혈을 할 수 있는 그런 툴을 이용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마치 ‘친박 대학살’을 예고하는 말처럼 들려 섬뜩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한나라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한번 물어보자.

정말 당헌당규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이를 지키지 않고 당을 제멋대로 쥐락펴락했던 친이계가 문제인가.

그리고 전략공천은 왜 하는가.

어렵고 힘든 지역에서 자당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되는 지역만을 골라 굳이 전략공천을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현행 당헌당규상 경선이 원칙이면,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그 원칙을 지켜라. 그게 바로 공정한 공천의 첩경이다.

경고하거니와 당헌당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맡게 이리저리 뜯어고치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제멋대로 행사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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