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 전 대표, 칼 뺐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10 14: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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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말 펀치’를 날렸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수정론자들의 ‘보스’인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여권의 총공세에 보다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9일) ‘강도가 들었는데 집안싸움하고 있으면 망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백만번 천만번 맞는 말”이라며 “(그런데)집안에 있는 한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밖(야당)에서 강도가 든 것이 아니라 집안(한나라당)에 있는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명박)이 강도로 돌변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인 셈이다.

심지어 박 전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이 ‘저는 솔직히 말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향한 친이 세력의 중상모략에 대해서도 즉각적이고도 강도 높은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역시 잔뜩 뜸들이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실제 정몽준 대표의 미생지신(尾生之信) 공격에 대해서는 바로 다음날 “이해가 안된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강물이 불어나는데도 다리 아래에서 애인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다 익사한 미생은 진정성이 있는 반면 애인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고, 결국 미생이 귀감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친이계 정두언 의원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제왕적’ 운운하자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제왕적이라면 그런 소리 백번이라도 듣겠다”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이는 예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비판한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공세를 취하지는 않았었다.

또 친이 측의 끊임없는 헐뜯기에 대해서도 한참 뜸들이다 나중에 간헐적으로, 그것도 단편적인 발언으로 한마디 ‘툭’ 던졌을 뿐, 이렇게 즉각적인 역공을 취한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각 언론은 박 전 대표의 이런 모습에 대해 ‘박근혜의 침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동안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왔을까?

같은 한나라당 소속 대통령에 대한 한 가닥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가 언젠가는 국정운영을 잘 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내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지켜보면서 박 전 대표는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어버렸다.

국민과의 약속, 그것도 이 대통령 자신이 국민들 앞에서 수차례나 약속했던 것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쳐 버리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더구나 ‘국익’을 운운하는 수정론자들이 너무나 한심해 보인 것이다.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당연히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인 ‘원안’을 지지해야 하는데도 ‘국익’이라는 거짓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드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수정론자들과 과감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직 ‘국민’만 보기로 한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제가) 국민께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고, 약속을 지키는 한나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했고, 이는 국민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그런데 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수정론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그 시간에 박 전 대표는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인 것이다.

이는 비록 이 대통령이나 친이계와 등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직 국민 편에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각 국민들은 날강도 같은 이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든 여장부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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