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 정말 의사전달 할 줄 모를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11 13: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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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청와대 참모진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신의 뜻조차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매우 어리석은 인물로 비춰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충북도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며 "강도가 왔는데 너 죽고 나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사실상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면, 누가 봐도 그게 맞는 해석이고 상식적인 해석이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표가 바로 다음 날 "백번 천번 맞는 말씀"이라면서도 "그런데 집안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맞받아쳤다.

물론 그날 여론은 박근혜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다.

박 전 대표의 지적이 옳다는 것.

이에 당황한 청와대 참모진들이 그냥 잠자코 있으면 되는데, 그만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실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즉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국민들 앞에 제대로 전달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지, 원래 전달하려는 뜻은 그게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세계 금융위기가 어쩌고저쩌고 횡설수설해 댔다.

아무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는 것.

한마디로 청와대 참모진들이 나서서 ‘이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할 줄도 모르는 인물’이라고 떠벌린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11일 청와대 측의 사과 요구다.

이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사태는 박 전 대표의 '실언파문'으로 규정하고 싶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어제, 오늘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말씀에 대한 언급, 그와 관련된 언론보도를 보니까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모두 개그맨 출신들인가?

만일 이 대통령 발언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닌 일반론이라면, 박 전 대표 발언 역시 그렇다.

이 대통령의 ‘강도론’에 박 전 대표를 직접 지칭하지 않았듯이, 박 전 대표의 ‘내부 강도 돌변론’ 역시 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냥 ‘장군에 멍군’으로 이해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진들이 오히려 일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을 자신의 의사조차 제대로 전달할 줄 모르는 바보 취급하면서까지 박 전 대표의 사과를 받아 내려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어리석은 충성심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물론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신에게 '강도론' 논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즉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이미 밝혔다"며 "우리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속내는 아마도 이럴 것이다.

‘이 대통령 발언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우긴다면, 박 전 대표 역시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게 맞다.’

실제 이 의원은 ‘강도론’과 관련, 이날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경우는 민주당이 주장해서 발생한 문제도 아니고, 선진당이 주장해서 발생한 문제도 아니다. 5년 동안 친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원안이 당론이라 생각하고 부족한 것 있으면 ‘+α’로 보완하자, 이렇게 전부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현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청와대에 계신 수석들도 과거에 한나라당에 있었을 때 똑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갑자기 국무총리에 의해서 뒤집어지니까, 이건 내부에서 뒤집어진 거다”라며 “이건 더 큰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나저나 정말 청와대 참모진들의 지적처럼 이 대통령이 자신의 뜻조차 국민들 앞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소통부재’의 대통령이라면, 이거야 말로 큰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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