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박근혜 죽이기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설마 같은 당 사람인데, 정권 재창출을 안 하겠다면 몰라도 그렇게까지 하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이에 대해 한나라당 중립 진영에 있는 이한구 의원이 1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답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설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세종시 수정안 당론 채택’을 주문한 것에 대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주문은 이른바 ‘강제당론’을 채택하자는 것인데, 이는 곧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여야 모든 대권주자들 가운데 대통령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지도자다.
그런데 한나라당 당론이 수정안이면, 그 안에 대해 찬성하지 않고는 결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갈 수가 없다. 설사 수정안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해도 2년 뒤에는 또 당론을 변경해야만 한다. 결국 한나라당은 ‘오락가락’하는 믿을 수 없는 정당이 되고 만다. 그 믿을 수 없는 정당의 후보에게 과연 유권자들이 표를 주겠느냐는 것이 문제다.
만일 당론을 변경하지 않고 수정안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다면,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이거야말로 최악이다.
그래서 이한구 의원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단순한 세종시 문제라고 생각 할 수 없는 상황에 가 있다. 당의 발전을 위해서 또 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 정말로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강력 비판했다.
즉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굳이 강제당론을 채택하려는 것은 단순히 세종시문제를 정책이슈화 하자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 대통령 후보 문제를 건드는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견해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교체하려면 박근혜 전 대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다.
비록 정권교체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한나라당 후보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확고해 보인다.
그래서 온 나라가 갈등에 휩싸여도 세종시 수정안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는 순간, 박 전 대표는 단순히 당내 입지만 약화되는 게 아니라 어쩌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론을 끝까지 거스르면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선에 나서는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설사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당론을 다시 바꾸지 않고는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세종시 논란의 핵심이다.
결국 친이계가 내세우는 ‘백년대계’라든가 ‘효율성’ 등등 다른 명분은 다 거짓인 셈이다.
오직 박근혜 전 대표 발목잡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친이계는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즉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친이계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친이계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한나라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표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표심이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박 전 대표의 한나라당을 향한 애정을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강도론’이 불거질 때 과거 무너져가던 한나라당을 자신이 일으켜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 사건이 있었고 여러 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의 과정은 국민이 더 잘 아신다. 그때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국민께 호소했고 약속을 잘 지키는 한나라당이 되겠다고 해 정권 교체까지 이뤄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보여 지는 것에 대해 면목이 없고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자신을 앞세우기 싫어서인지 그 시절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을 강하게 언급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나라당은 현재 무의도식하고 있는 친이계의 정당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풍찬노숙(風餐露宿)`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뜻이다.
이는 나가려면 객(客)인 친이계, 당신들이 나가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객이 주인을 몰아내려는 수작에서 만들어진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이 어찌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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