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출당, 박근혜냐 이명박이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17 17: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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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에 밀고 밀리는 싸움이 급기야 차기 대권을 둘러싼 암투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실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펜클럽 가운데 하나인 박사모는 17일 홈피 자유게시판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공지 글을 게재했다.

이날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구정연휴 전 느닷없이 세종시 관련 당론 변경을 지시한 후, 정몽준 대표를 비롯하여 친이계 핵심들이 나서 의총을 소집하는 등, 친이-친박 간의 혈전이 예고되고 있다”며 “세종시 관련 상임위 통과 가능성은 제로인데, 왜?”냐구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했다.

실제 법안심사소위 위원 11명 가운데 야당 의원 5명과 유정복·현기환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 등 7명이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는 것. 따라서 날치기조차 불가능해 법사위 통과 가능성은 제로라는 게 박사모의 주장이다.

또한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 소속 여야 의원 29명 중,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6명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실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강길부·박상은·백성운·신영수·장광근·전여옥·정진섭·허천 의원 등 친이계 8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당 상임위에서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박사모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박사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왜 상임위 통과도 안 되고, 법사위는 물론 본회의 통과도 불가능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하여 왜 이렇게 저돌적으로 밀어 붙이느냐”고 반문한 후“여기에는 분명히 음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사모는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를 거론했다.

실제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위원회 규정 20조에 의해 강제적 당론(당명)을 어기면 징계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렇게 징계 받은 자는 대통령후보자선출규정 제 18조에 의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수정안의 국회통과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박 전 대표에게 징계를 주기 위한 명분 축적용에 불과하다는 것.

즉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음에도 박 전 대표가 원안을 지지할 경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권 후보로 나설 수 없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의 규정을 노리고 수정안의 당론채택에 그토록 열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사모는 유비무환(有備無患),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박사모의 이 같은 주장이 100% 맞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립지대에 있는 이한구 의원 역시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강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친박계는 박사모의 이 같은 우려를 한낱 기우(奇遇)로 치부하기 이전에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행 당헌당규, 즉 당권과 대권의 분리원칙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진 만큼, 그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대통령의 당원권 정지는 물론, 출당 조치 등 강력한 징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한나라당 수정론자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

이 대통령의 현재 국정 지지율은 얼마인가. 즉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가. 두말 할 나위 없이 싫어하는 쪽이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6.2 지방선거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는가. 어림도 없다. 또한 2012년 총선에서 ‘이명박’이라는 간판으로 당신들이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닐 것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마이너스 마케팅’이 유행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그 답은 보다 명확해 진다.

불행하게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전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손해다. 그와 가까웠던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들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게 단적인 사례다.

반면 ‘박근혜 더하기 마케팅’이 유행했었다. 그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국회의원의 꿈을 이룬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한나라당에서 내보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이겠는가.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정신, 즉 천막당사의 정신으로 한나라당을 살려낸 박근혜 전 대표냐, 아니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듯이 한나라당에 이름만 달랑 걸쳤다가 대통령에 당선된 운 좋은 이명박 대통령이냐.

그 답은 너무나 빤하지 않는가.

만일 누군가를 한나라당에서 출당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박근혜 전 대표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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