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의총 3R… 親李-親朴 '불꽃 설전'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2-24 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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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李측 주장
"행정수도 분할은 잘못됐다… 어떤 당론도 절대불변 없어
난상토론 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낫다"

親朴측 주장
"원안, 행정수도 분할 아냐…상임위·본회의 통과 불가
논의의 실효성이 없는 것 국민투표, 대통령에 부담"

[시민일보] 세종시 수정안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변경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린 23일, 역시 예상했던 대로 친이-친박 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의총은 사실상 친이-친박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자리가 됐다.

24일 한나라당이 공개한 의원총회 발언에 따르면 친이계 박준선 의원은 “개인적으로 행정수도 분할은 잘못됐으니 원안 무효화하고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의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내리되 수정안이 부결되면 폐기하고 당론이 되면 4월 중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표결 결과에 대해 정치적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고 수도분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재철 의원 역시 "어떤 당론도 절대 불변은 없다.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원안은 15개 부처 중 9개, 3분의 2가 넘어가는 수도분할이다. 수도분할은 외교·통일·안보에 대한 문제여서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만큼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게 낫다. 국민 대의기관에서 결론을 못 내고 난상토론이 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낼 때는 국민의 뜻을 묻는 게 낫다.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4월까지는 끝내야 한다"고 역시 ‘수도분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민투표 실시’를 거듭 주장했다.

임동규 의원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적 이득이 없는 데도 수정안을 낸 것은 애국 충정 때문이다. 친이-친박을 떠나 과거 돌아보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18대 국회에서 어떤 것을 남길까 깊이 생각해서 해결해야 한다. 수도를 이전은 국회에서 결정할 게 아니다. 수도분할 자체도 국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 고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이군현 의원 “파주 인구가 얼마나 많이 늘었나. 기업이 들어가야 한다. 행정부처는 유령도시다. 대전에 7개청이 가 있는데 7개 청장 모두 작년의 절반가량 서울에 있었다. 하물며 정책을 만드는 정부부처 장관이 세종시에 간다면 어떨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고 원안백지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또 이은재 의원은 “세종시법을 절대 개정하거나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 됐다. 국회 의결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 안 밟고 졸속 처리 됐다. 균형발전은 전국으로 전부 나눠가야 하는 것이지 어떻게 충청으로 가는 게 균형발전이냐”고 지적했다.

고승덕 의원은 “원안은 자족기능이 불가능안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플러스 알파론'을 이야기하면서 혼란이 생겼다. 자족기능 보강 필요성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기관 이전은 어렵다. 행정기관 이전은 보류하고 자족기능을 빨리하자”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 “세종시 원안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와 대선을 의식해 열린우리당과 야합한 산물이다. 박근혜 전 대표께 드릴 말씀이 있다. 의총에서 박 전 대표의 생각을 듣고 싶다. 자신의 주장을 동료 의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여를 주장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론이 거셌다.

이성헌 의원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원안을 수도분할이라고 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또 수정안 주장하는 의원들이 집권 후 2년 동안 '나라를 망하게 하는 법안' 고치려 어떤 노력을 했나. 국민 뜻 존중하려면 국민투표가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잘못된 당론으로 당선된 분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고 의원직 사퇴하고 재평가를 받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중립성향의 의원들에게 찬성하라고 전화했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서 강제당론 만들면 되겠느냐. 수정안을 철회하든지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토론하고 표결하자"고 주장했다.

유기준 의원은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 등은 모두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당헌에 당론 변경의 경우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당론 변경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 아닌가.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도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가. 도저히 150석을 맞출 수 없는데 논의의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닌가. 국민투표는 원래 야당이 요구하는 것으로 대통령 신임투표의 성격도 있다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지적했다.

김선동 의원은 “수정안이 당론이 되면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이 시작된다. 2012년 대선에서 야당이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고 대선의 최대 이슈로 가는 논란의 늪에 빠진다. 과천에 7개 부처가 있지만 나라가 거덜난 적이 없다. 행정비효율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고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조원진 의원은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참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해명해야 한다. 막말 수준을 넘었다. 당 대표를 지낸 분에게 초등학생도 쓰지 않는 말을 쓰는 것은 잘못됐다. 소장직 탈퇴해야 한다. 수정안을 통해 정운찬 총리가 제시한 게 원형지 공급, 세제 혜택 두 가지다. 혁신도시 10곳과 기업도시 6곳 등 100만㎡ 이상 산업단지에 34조~36조원의 혜택을 주게 되고 100만㎡ 미만의 산단에 같은 혜택을 주면 100조원이 된다. 국가부채가 위험한 상황에서 정 총리가 대못을 박았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대구와 광주, 부산이 거덜 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손범규 의원은 “이런 논의를 하루속히 중단해야 한다. 국민들은 적전 분열이라고 보고 피곤해 하고 있다. 정권 빼앗길 걸 뻔히 알면서 당론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망하는구나’라는 절박한 생각을 하게 한다. 의총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토론하지 않는다’고 의결하면 중단할 수 있다. 다음 대선 때까지 논의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자꾸 하면 망한다” 고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진영 의원은 “다수결은 의견 대립이 있으면 마지막에 선택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표결로 당론을 변경해 억압적으로 169명의 찬성 의견을 가지고 본회의를 통과시킨다는 시나리오라면 누가 다수결의 원칙을 정의롭다고 하겠나. 토론을 하고 또 해서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원안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제당론으로 변경하려는 친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희수 의원은 “한나라당은 수정안보다 원안을 지켜야 한다.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는 디지털에 맞는 사고로 극복해야 한다. 청와대, 국회 운영에 있어 공무원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할 필요가 없어지면 비효율은 극복된다”고 주장했다.

구상찬 의원은 “약속과 신뢰의 가치가 너무 가볍게 여겨져 안타깝다.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있다. `당신은 거짓말쟁이‘(You are a liar)' 하나면 정치생명이 끝난다. 정치는 신뢰라는 이야기다”라며 정치신뢰를 강조했다.

김성수 의원은 “우리 당과 청와대의 시스템 부족이 문제다. 골목대장들끼리 싸움을 하고 담판을 짓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대장끼리 만나서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을 소신이 있었다면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 설득하는 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김옥이 의원은 “많은 정치 리더들이 2012년 대선의 승자를 박근혜 전 대표라고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당의 자산인 박 전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게 하면 당의 미래는 없다. 120명을 모아서 당론을 변경한다 해도 2012년 대선 때는 어떻게 할텐가. 야당이 공약으로 세종시를 또 들고 나오면 다시 당론을 변경해야 하나, 아니면 충청도에 가서 배신자 소리 들으면서 정권 재창출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현기환 의원은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48.9%가 몰려있다.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영국 런던은 33%, 일본 도쿄는 35%, 프랑스는 파리는 18% 정도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공무원 7만7천을 지방으로, 파리와 일본은 3만명을 보냈다. 과밀해소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이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비난받을 줄 알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다. 그러나 안된다고 할 때 다시 집어넣는 것도 용기” 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립파들이 의견을 제시했지만 양 측의 싸움이 워낙 치열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중립파 김성식 의원은 “자신의 신념을 넘어서는 정치적 수렴을 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마음을 열고 수용해야 한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경제과학도시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데 그렇다면 경제과학 행정도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 새로운 절충안을 만들자는 요구가 있었으면 그 틀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후 결론 내는 게 맞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초청해 진솔하게 대화하고, 초청이 있으면 박 전 대표도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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