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집권 3년차 과제로 개헌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에 개헌을 추진하라고 특명을 하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을 대는 과제가 있다"며 개헌을 공론화했다.
이는 그동안 필자가 줄곧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음모’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걱정이다. 이 대통령발(發) 개헌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방향이 너무나 빤하기 때문이다.
앞서 전날에도 친이계 남경필 의원이 개헌론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이날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불거지자 아예 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남 의원은 ytn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수도이전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함께 권력구조개편 개헌 문제도 국회에서의 표결,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세종시 해법으로 수도이전법을 개헌투표에 붙이면서 아예 권력구조개편 까지 함께 개헌논의를 하자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실제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해 말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에 대비해 준비하라고 지시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주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특임장관실 업무계획에 개헌관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대통령이 업무를 지정한 것이냐"는 민주당 박선숙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 장관은 이와 관련해 “올해 개헌에 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정부가 개헌을 주도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에 대해 “개헌은 헌법의 규정상으로 대통령이나 국회가 추진할 수 있는 것이지만 대통령이 추진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이미 정부 차원에서 개헌 연구 용역에 들어갔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대통령이 25일 당 지도부에게 개헌 특명을 하달하고 말았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마저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개헌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김형오 국회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개헌’으로 정했다”며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하자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번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고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개헌 절차에 들어가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하면 내년 2월 초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거론되던 개헌론이 급기야 친이 좌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 하달로 이제 본격화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개헌을 추진하라고 특명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4년 중임제’를 추진하라는 뜻일까?
만일 이 대통령이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쪽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보다 퇴임 후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그는 차기 실권자가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인 ‘분권형 대통령제’, 즉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축소해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만들고, 대신 국회에서 다수당이 선출한 국무총리가 사실상의 권한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하고 있는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가 줄곧 분권형 대통령제를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속기관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두개의 안을 동시에 제안하면서,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제1안으로 하기도 했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뜻에 따라 친이계가 총 집결해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 목적은 오직 이 대통령의 퇴임 후 보장이다. 어쩌면 그가 직접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거나 그가 지목하는 사람을 총리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과연 이 대통령의 뜻대로 이뤄질까?
어림도 없다. 우선 당내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이 대통령 측의 장기집권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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