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의 모든 길은 ‘박근혜’로 향한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01 1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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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와대가 느닷없이 국민투표론을 꺼내들었다.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국민투표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이다.

실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때가 되면 세종시와 관련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중대결단의 길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세종시 수정안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려운 국회 표결 대신 손쉬운 우회로를 택해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대결단을 언급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이고, 내용이 아닌 절차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국회표결 대신 다른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게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중대 결단’이라면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밖에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면 청와대, 즉 이 대통령은 왜 국민갈등을 유발하는 국민투표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일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국민투표는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성격이 짙다.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은 결국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신임이고,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당 역시 그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총 결집해 박 전 대표의 고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초강수에도 불구, 박 전 대표가 이에 굴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당론이 변경되더라도 따를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혀온 박 전 대표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개헌론’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집권 3년차 과제로 개헌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에 개헌을 추진하라고 특명을 하달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을 대는 과제가 있다"며 개헌을 공론화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친이계 남경필 의원이 아예 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남 의원은 ytn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수도이전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함께 권력구조 개편 개헌 문제도 국회에서의 표결,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세종시 해법으로 수도이전법을 개헌투표에 붙이면서 아예 권력구조개편 까지 함께 개헌논의를 하자는 주장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속셈은 빤하다.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 즉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까지 함께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심산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느닷없이 수정안 국민투표와 함께 개헌론에 불을 붙이는 것일까?

세계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 이 대통령의 모든 길은 ‘박근혜 죽이기’로 통한다.

결국 개헌론 역시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음모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것은 그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미래권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야 이 대통령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그가 ‘미래권력’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그에게 쏠려 있는 힘을 어느 정도는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선출하는 차기 대통령은 ‘권력자’가 아니라,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국회의원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가능성을 흘리는 것이다.

즉 여당 의원들에게 ‘줄을 잘 서라’는 엄포인 셈이다.

실제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해 말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에 대비해 준비하라고 지시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정안 국민투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 모든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면 모르되, 오직 ‘박근혜 죽이기’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익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한다면, 동시에 이 대통령의 재신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수정안이 부결되면, 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해 ‘원포인트 개헌’ 즉, 대통령 선거를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4년 중임제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당내 친박계는 물론, 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찬성하고 있는 바 아닌가.

그렇게 할 자신이 있다면 국민투표를 실시하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국민갈등만 유발하는 국민투표는 무의미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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