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세종시 ‘국민투표’ 할까? 안할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03 14: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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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중대결단’, 즉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국민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당황한 청와대가 즉각 “현재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에 관한한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은 탓이다.

실제 3일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산지기’라는 필명의 정치논객은 “어제 중대 결단 발언이 나와 또 한 번 시끄러워지자 오늘은 이명박이 직접 나서서 현재는 국민투표를 검토 하고 있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그 말을 믿지도 않는다”며 “현재라는 여운을 남긴 것은 여전한 친이에 대한 독전이고 친박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임기 중에는 절대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는 이름만 4대강 사업으로 바꿔 대운하 전제 사업이라는 비난 속에 밤을 새워가며 강행하고 있고, 그 통에 농토를 빼앗겨 항의하는 국민은 가차없이 연행하고 살아갈 희망을 잃어 자살하는 사람이 생겨도 눈 하나 깜박 않는 이명박 정부다. 세종시 수정안이라고 내놓은 계획서는 원안에 다 들어있던 기업 유치 계획만 따로 떼어 보랏빛 색채만 가미한 가짜고 여타 도시에 유치하려던 기업체를 빼돌리고도 절대 역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한다”며 그간 말장난하던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비난한 뒤 “수정안이 국회통과를 못 하면 포기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사라진지 오래고 중대결단 소리로 국민투표를 시사하다가 하룻밤 새에 국민투표의 ‘국’ 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 논객 ‘송곳’은 세종시 국민투표를 ‘이명박의 난(亂)’으로 규정하고, “당론변경에 필요한 113명 포섭공작이 잘 안되나 보지? 한나라당 당론변경 안 됐다고 이명박이 핏대 나서 국민투표하면 뭐가 나오느냐”고 비아냥거렸다.

‘반딧불이’는 “대통령 정도면 중대결단이니 이런 애매한 말 사용하지 말고 당당하게 국민투표라고 말하라”며 “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 정치 공학적으로 어떤 결말이 나오는지 경험해보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고 경고성 글을 올렸다.

특히 그는 “세종시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다면 세종시 수정안보다도 더 국민의 반대가 심한 4대강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반드시 동시에 물어야 할 것”이라며 ‘4대강사업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또 그는 국민투표론이 오락가락 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말들이니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히라”며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치 논객들의 이런 주장은 나름대로 상당한 일리가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절대 국민투표 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국민들이 믿을까 말까인데, 단지 ‘현재’라는 단서를 달아 검토하고 있지 않겠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이는 아직은 당론 표결에 붙여진 상태가 아니고, 강제당론으로 결정되면 국회표결도 해볼 만하니까 밀어붙여 보다가 그래도 안 되면 그 때가서 국민투표를 검토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말장난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이라는 애매한 단서 조항을 달았다가, “임기 내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고, 대운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4대강 사업’이라고 교묘하게 말장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구나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하면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을 동시에 추진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는 마당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의 ‘꼼수’를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M&A를 제안했던 남경필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 논의가 일어난다면, 어차피 개헌은 국회에서의 표결과 국민투표가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수도이전)를 개헌 때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이전 찬반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 문제, 즉 친이계가 바라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까지 동시에 처리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필자나 정치논객들의 이런 예측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정말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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