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아직도 봄은 멀었는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07 14: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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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4절기 중 3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 지났다.

바야흐로 농촌의 봄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쯤이면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고,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면 아직도 서슬 퍼런 동장군의 위세에 눌려 ‘꽁꽁’ 얼어붙은 동토의 땅, 그 모습 그대로다.

먼저 야권, 특히 구민주당 세력의 이유 없는 분열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일단 민주당내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당내 주류로 떠오른 386그룹이 재야 및 친노계와 합세,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서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지역 엘리트집단을 중심으로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급기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동교동계가 호남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친노계 일파는 이미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상태다.

결국 민주당은 친노계 일파와 동교동계 일파가 떨어져 나가 딴 살림을 차림으로써 한 개의 당이 3개의 당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남아 있는 당이라도 온전하게 하나로 잘 화합되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6.2 지방선거에서의 ‘야권단일화’를 입버릇처럼 떠벌리고 있다.

말로는 연대, 통합을 외치지만,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그 이득을 찾아 이합집산을 하는 게 오늘날 민주당의 모습이다. 그 모습에 찬바람이 분다. 춥다.

그래서 야권은 여전히 얼어붙은 동토의 땅이다.

그렇다면 여당인 한나라당의 모습은 어떨까?

역시 가관이다. 어쩌면 민주당보다 한술 더 뜨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까지는 민주당처럼 당이 쪼개진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한나라당 갈등은 민주당 제파 세력의 갈등 양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참여당이나 동교동 신당 세력이 서로 앞다퉈 민주당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그 공세의 수위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서로 극단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분가한 딸자식이 자신의 친정을 향해 애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반면 한나라당 친이-친박은 그 한계가 없다. 특히 친이계의 경우 친박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막말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자녀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무조건 들어주지 않는 어머니에게 집을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무례하기 그지없다.

어머니가 떼쓰는 어린 자녀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준다면, 그 자식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닌 것에 대해서는 엄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애정이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칼을 달라고 떼를 쓰더라도, 그 칼을 잘못 사용해 다칠까봐 주지 않는 게 진정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칼이다. 그걸 ‘그래, 니들 멋대로 하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미래가 없다.

그런 걸 모르는 철부지들이 수정안을 받아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그런 철부지들을 가슴에 감싸 안아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얼마나 애가 탈까?

어머니의 가슴은 벌써 봄인데, 철부지 같은 어린 자식들의 태도는 여전히 얼어붙었다.

경칩(驚蟄)이 지났으니, 우리네 농촌은 이제 활발하게 밭갈이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텐데, 정치권의 봄은 과연 언제 오려는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느라 복지 예산을 대폭 줄여버렸다. 그래서 국민의 가슴에는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고 수정안을 강행하느라, 충청도민들은 물론 영호남과 강원권 등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가슴은 냉가슴이 되고 말았다.

국민통합을 원하지 않는 한 사람의 심술, 그 심술이 동장군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 봄은 멀었다.

봄이 그립다. 국민은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화합의 정부’가 무척이나 그립다.

이 땅에 봄은 왔지만, 우리네 언 가슴을 녹여 줄 봄은 아직도 3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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